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홍영표 원내대표와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가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촉구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제 자유한국당의 결정에 달린 모습이다. 거대양당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하면서 야3당도 화살을 한국당으로 돌리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상황이 좋아진 것만도 아니다. 야3당이 민주당과의 협상 진척 조건으로 '한국당 설득'이라는 난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여당인 민주당이 대립각을 세워왔던 한국당을 설득해야 하는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 손학규·심상정 "한국당, 결단하라"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당선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뜻을 존중한다"면서 "한국당은 주말까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심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이 권력구조와 같이 가야 한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선 "대결구도 국회에서 막중한 무게를 갖는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면서 "나 원내대표의 취지는 잘 이해하나 국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논의 방법으로 선거제도 선(先)동의·선합의 후 개헌논의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야3당만 합의해서 선거제도가 개혁될 수 있다면 진작 결단을 했겠지만,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개혁은 정개특위에서도 사실상 합의제로 운영돼온 전통"이라고 설명했다.

단식 8일차에 들어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날 야3당의 연동형 비례제 촉구 집중 피켓시위에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당의 원내대표로서는 당론을 취합하는 것이 중요하고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의 지도자로서,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연동형 비례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먼저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 한국당, '의원정수' 문제 해결이 먼저

그러나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한국당의 반대 기류는 강경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박덕흠 비대위원도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의원 정수에 대한 논의 없이 연동형으로 결정했으니 어쩔 수 없이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발상에는 결코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제는 결국 비례대표 숫자를 늘리겠다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례대표 숫자만 늘리면 정치개혁이 되는가,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결국 비례대표 숫자를 늘려서 원내 의석을 더 확보하겠다는 일부 야당의 당리당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가 1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지도부가 1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촉구 집중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민주당, 중재자 역할에 난감

민주당이 전날 밝힌 방침은 ▲연동형 비례제 당론 채택 ▲1월 정개특위서 합의 ▲2월 임시국회 통과 등 세 가지다. 야3당은 민주당이 연동형비례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것에 대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논의를 정개특위로 미뤘다는 부분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의심한다.

손 대표는 "(민주당의 결정에) 현실적인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정개특위가 모든 것의 책임을 질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며 "문제는 당의 원내대표에서 합의하고 당대표 선에서 최종 합의해 연동형 비례제가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확고한 결의임을 확인할 때에 저는 (단식농성에서) 물러서겠다"고 말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의 제안은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전, 원칙적으로 연동형 비례제에 동의한다는 수준에서 나아간 것이 없다"며 "예산안 통과시킬 때 완전히 야3당을 패싱했듯, 이제 진정성 있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선 민주당이 나서서 한국당을 설득해 야3당이 동의할 수 있는 안을 먼저 제시하는 것이 제대로 된 순서"라고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도 "민주당이 야3당 입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여론에 밀리고 야3당의 단식투쟁을 신경 써서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민심 그대로 선거제, 연동형 비례제를 수용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어정쩡한 면피성 입장만 얘기하면 이건 풀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간 예산안 처리 외에는 대부분 대립각만 세워왔던 한국당을 설득할 명분도, 방법도 마땅히 없어 고심만 깊어지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적극적으로 하겠다. (야3당이) 한국당을 설득해서 오라니까 하겠다"면서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한국당과의 합의가 없으면 못하겠다고 그러면 우리로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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