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선거제도 개혁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시끄럽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시민단체 등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면 정당 득표율에 맞게 정당 의석이 배분됨으로써 사표가 줄어들고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이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은 의원정수가 늘어나 민심에 반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되면 전체 의원정수 확대와 상관없이 일단 비례대표가 늘어난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개편안 초안 A와 B는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으로 고정한 채 지역구 의석을 200석과 225석으로 하향 조정하고 비례의석은 75~100석으로 늘린다. C안은 정수를 330명으로 늘리고, 지역구 220석, 비례 110석으로 한다. 지금보다 비례대표가 최소 28석에서 최대 63석 증가한다.

현행 선거제도의 결과가 거대양당제의 고착화였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어느정도 이뤄진 듯 하다. 그리고 연동형 비례제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례대표를 늘리는 것만이 정답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공천 과정이 불투명한 비례대표가 계파정치, 줄 세우기 정치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비례대표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다양성과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것인데,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간 전문성과 다양성의 격차도 옛날보다 크게 줄었다는 게 중론이다.

그나마 20일 정개특위 회의에서 여야가 비례대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고, 공천제도를 예비선거 수준으로 법제화하겠다는 등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제도적 변화를 병행하겠다는 것은 평가할만하다. 다만 병행이 아닌 '선행'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동형 비례제의 모범국가로 우리는 흔히 독일을 지목한다. 그런데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 정당의 평균수명은 4년 정도로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연동형 비례제를 촉구하는 바른미래당은 보수통합론으로 의원들의 탈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고, 민주평화당도 낮은 지지율로 인해 정계개편 시나리오에서 빠지지 않는다. 21대 총선에서 참패해 비교섭단체 및 원외정당이 되더라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구성원이 당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을까.

정당의 잦은 이합집산은 정당 몫으로 당선된 비례대표의 거취 문제로도 이어진다.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례 3인(박주현·이상돈·장정숙)' 문제를 놓고 두 정당은 10개월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당의 연속성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비례대표가 늘어날 경우 이같은 사례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군소정당의 난립도 생각할 문제다. 연동형 비례제를 택한 독일의 2017년 총선결과를 보면, 극우정당으로 분류되는 독일대안당은 12.6%의 득표율을 얻어 94석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지역구 의석은 3석에 불과했다. 좌파당은 69석(정당득표 9.7%) 가운데 지역구는 4석, 녹색당은  전체의석 67석(정당득표율 9.4%) 중 지역구 1석이었다. 11.3%의 정당 득표를 받은 자유민주당은 80석 전부 비례대표다. 그나마 정당득표율 5%를 얻어야 비례의석을 배분받는다는 봉쇄조항이 있어도 이 정도다. 우리나라는 봉쇄조항을 정당 득표율 3%로 하고 있다.

군소정당의 난립은 정국 마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예산안 정국처럼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정당이 담합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다.

다소 부정적인 요소를 강조했지만, 이는 엄연히 정치권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 연동형 비례제의 좋은 점만 부각했다가 시스템의 폐해가 커지면 또다시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악순환을 맞이해야 한다. 그로 인한 비용과 새로운 선거제에 적응해야 하는 국민의 피로도 정치권이 책임질 것인가. 또 정치권이 현행 제도 내에서 정치개혁을 위한 최선의 노력은 다했는지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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