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9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AP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9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다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가 한국시각으로 20일 새벽에 발표됐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는 백악관과 월스트리트의 기대를 뒤엎고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2년 전 0.5%에 불과했던 미국 기준금리는 올해만 4차례 인상된 끝에 최대 2.50%까지 높아졌다.

◇ 파월 의장 “경제성장률 다소 낮아질 것, 금리 당장 동결할 정도는 아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배경에는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유럽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최근 경제계가 더 많은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미국 경제는 매우 건강할 것이다”는 시각은 유지했다.

파월 의장이 금융계에서 들려오는 경기둔화 우려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연준은 당초 2.5%로 예상하던 미국의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3%로 수정했으며, 2019년 금리인상 계획도 3회에서 2회로 수정했다. 매파 기조에 따라 금리를 인상하는 한편 시장에는 비둘기파적 신호를 보낸 셈이다.

FOMC가 끝난 후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나타내는 점도표는 연준의 금리인상 경로가 달라졌음을 잘 보여준다. 지난 9월에는 2019년 말 기준금리가 4번의 인상 결정이 필요한 3.25~3.5%로 높아질 것이라고 답한 위원이 4명이었으며 3.0~3.25%(3회 인상)와 2.75~3.0%(2회 인상)도 각각 4명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FOMC에서는 3.0~3.25%를 예상한 위원이 6명으로, 2.75~3.0%를 예상한 위원이 5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4회 인상을 예상한 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2020년 예상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지난 9월에는 3.5~3.75%까지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던 반면, 이번 회의에서는 2.75~3.0%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금리인상기조가 2년 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가을과 달리, 연준이 금리인상 작업을 조기에 마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각) 기자회견에서 당초 즐겨 쓰던 “더 많은 점진적인 인상” 대신 “다소간의 점진적인 인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계획임을 시사했다.

◇ “보유자산 예정대로 축소” 연준에 뿔난 월가… ‘기 싸움’ 해석도

월스트리트는 파월 의장이 보낸 타협의 제스처에 만족하지 못했다. FOMC를 앞두고 이틀간 1,000p 하락했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 후 다시 350p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투자자들의 바람이었던 ‘즉각적인 금리 동결’이 거부된 것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시장이 불만을 가진 사항 중 하나는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계획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연준은 작년 10월 4조5,000억달러 수준이었던 보유자산을 감축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현재까지 3,650억달러 규모의 채권과 주택저당증권을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는 것이 목표지만,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연준은 이번 FOMC에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 보유자산 축소계획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켓워치의 19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보유자산이 3조8,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드는 내년 9월경에는 연준이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을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었다. “완화적 통화정책은 금리 조절을 통해 계속 추진할 수 있다. 보유자산 축소계획을 수정할 필요성은 찾지 못했다”는 파월 의장의 19일(현지시각) 발언은 모건스탠리의 예상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한편 독일 자산운용사 DWS의 그렉 스태플스 대표는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FOMC를 통해 월스트리트와 기 싸움을 벌였다는 해석을 내놨다. 스태플스 대표는 연준의 담화문을 “시장의 우려를 귀담아 듣고는 있지만, 시장에게 휘둘리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으며, “파월 의장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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