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년 6개월째 통신비 인하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제도가 시행되지 못한 탓이다.
정부가 1년 6개월째 통신비 인하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는 보여주지 못한 상황이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제도가 시행되지 못한 탓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정부가 통신비 인하 중장기 대책을 내놓은지 1년6개월을 맞고 있다. 국민들이 갖는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미흡한 수준이다. 올해 도입을 예상했던 보편요금제, 분리공시제 등 대다수의 통신비 인하 정책이 시행되지 않아서다.

◇ 정부, ‘통신비 인하’ 위해 한 해 동안 다양한 시도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는 분위기다. 국민들이 갖는 통신비 부담이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이상 가구의 통신비 지출은 전체 지출의 5.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통신비는 13만7,800원이다. 1년 통신비는 165만3,600원 수준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 다양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7월 알뜰폰 사업자의 저가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기 위해 전파사용료 감면을 연장하고, 통신사와 알뜰폰간 협정에 도매대가 인하를 반영했다. 취약계층에는 기본료를 감면했다.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65세 이상 중 소득·재산이 적은 70%)에 한해 월 최대 1만1,000원의 통신요금이 감면됐다. 

11월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통신사업 진입규제를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통신 네트워크와 사업자들의 등장을 촉진하고, 시장변화와 글로벌 트랜드에 맞게 규제를 합리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 소비자 체감은 ‘미미’… 대부분 개정안 국회서 막힌 탓

문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요금제, 분리공시제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탓이다. 

실제 정부는 올해 보편요금제 도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예정이었다. 이에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5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곧바로 국무회의에서도 의결됐지만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통신소비자·시민단체 등은 지난 10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정부, 이통사, 통신전문가, 통신소비자시민단체 등의 논의를 거쳐 보편요금제의 도입 필요성을 충분히 검토했다”며 “국회는 11월 국회에서 반드시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보편요금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약 6개월간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는 상황으로, 올해 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단말기 분리공시제 역시 마찬가지다. 단말기 출고가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사와 제조사의 지원금을 분리하는 것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단말기 분리공시제 도입 등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대책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유통구조 투명화를 통한 출고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분리공시제 필요성이 언급된 바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말 출시된 아이폰X 출고가는 130만원을 넘었다”며 “지난 8월 나온 삼성 갤럭시노트9 역시 100만원 이상이다. 통신비에서 단말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한다. 가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분리공시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당시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정도현 LG전자 대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등은 공식적으로 분리공시제에 찬성했다. 

그러나 분리공시제 역시 도입되지 못했다. 이 역시 국회에서 막혔다. 당초 방통위는 지난 6월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이 계류하면서 올해 도입은 무산됐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지난 10일 ‘2018 하반기 방송통신 정책고객 대표자 회의’에서 “올해 한 해를 돌아보며 단말기 분리공시제를 위한 단말기 유통법 등 일부 법률의 개정이 완료되지 못해 아쉽다”고 전했다. 

다만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 성적표가 낙제점 수준은 아니다. 통신비 인하 압박 이후 통신3사의 경쟁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통신사는 올 초부터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개편하고 고객 혜택을 확대했다. 또, 그간 문제로 지적된 로밍요금의 부담을 완화하는 등 꾸준히 통신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소기의 성과는 거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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