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교과서와 학습교재 등을 만드는 교육기업 비상교육 역시 주식금수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교과서와 학습교재 등을 만드는 교육기업 비상교육 역시 주식금수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학생들이 보는 교과서에는 꼭 배워야할 내용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과서를 만드는 기업까지 반드시 배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지 않고, 물려주고 싶지 않은 단면을 지닌 교육기업도 있다.

비상교육은 교과서와 각종 학습교재를 만들고, 학원 및 인터넷강의를 운영하는 교육기업이다. 특히 비상교과서는 전국 9,666개 초·중·고등학교가 선택하고 있고, 채택률·발행부수 1위를 자부한다.

하지만 이러한 비상교육도 주식금수저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창업주 양태회 대표의 자녀들이 억대 주식을 보유 중이며, 미성년자도 2명이나 된다. 특히 2000년생인 A양은 약 8억원에 해당하는 12만8,554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 비상교육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1년 전, A양의 주식자산은 15억원을 훌쩍 넘겼고, 그 이전엔 20억원을 넘기도 했다.

A양은 비상교육이 상장하기 이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처음 주식을 취득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분명한 것은 주식 취득 당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나이였고, 현재 그 주식가치가 수억원대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A양의 오빠도 마찬가지다. 1996년생으로 이제는 미성년자가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주식을 보유한 것은 A양과 같다. A양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올해가 지나면 미성년자 딱지를 떼게 되고, 이른바 ‘주식금수저’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교육 주가는 기본적으로 교과서나 학습교재가 더 많이 팔릴수록 올라가게 된다. 즉, 아이들이 비상교육 교과서 및 학습교재를 더 많이 구입할수록, 또 다른 아이의 금수저가 더욱 반짝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구조인 셈이다.

물론 A양의 이 같은 주식보유가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절차에 따라 증여세 납부 등은 문제없이 마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다만, 아이들 교육마저 부의 대물림이나 양극화 심화와 연결된다는 점은 씁쓸함을 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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