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때 설치된 정치개혁특위 당시 조진형 위원장(왼쪽)이 첫 전체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18대 국회 때 설치된 정치개혁특위 당시 조진형 위원장(왼쪽)이 첫 전체회의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우리나라 국회의 정치개혁 시도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활동 중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비슷한 논의는 1992년 14대 국회 때부터 진행돼왔다. 국회 임기가 만료될 때마다 명칭만 달라졌을 뿐 ‘정치개혁’을 목적으로 한 특위는 줄곧 있었고, 주요 쟁점도 공직선거법을 비롯해 정치문화를 선진화하기 위한 내용으로 비슷했다.

국회도서관이 27일 국회기록보존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정치개혁을 위한 국회의 활동’ 기록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에서 처음으로 정치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노태우 정권 시절이다. 1992년 1월 10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연기 방침을 발표하자 야권이 크게 반발했고, 김영삼 민주자유당 총재와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만나 ‘정치관계법심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김대중 총재가 ‘지방자치제 실현’을 걸고 13일 간 단식투쟁을 벌인 것도 그때다.

정치관계법심의위원회는 지방자치법을 비롯한 대통령선거법,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에 관한 입법문제를 협의·결정했다. 또 총 4차에 걸쳐 활동하면서 정치관계법을 비롯한 국가보안법, 국가안전기획부법, 공직자윤리법 등도 추가로 심의했다.

15대 국회 때는 ‘정치개혁입법특위’와 ‘정치구조개혁입법특위’가 있었다. 선진화된 정치문화 조성, 정당 및 정치자금제도의 개선 등 정치구조 제도화를 주 목적으로 뒀다. 당시 ‘공천헌금’ 문제가 정치권의 최대 문제로 대두됐던 시기였기 때문에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는 특별당비·정치자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16대 국회에서는 총 5차에 걸쳐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했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라는 명칭이 제16대 국회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위에서는 17대 총선을 대비해 선거제도, 정치자금 운용, 국회법 관련 사항 등 정치 관련 제도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데 중점을 뒀다. 선거부정방지법, 정당법,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국회법 등을 처리했다. 지역구 후보와 별도로 정당에도 투표하는 1인2표제 등 굵직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통과돼 소정의 성과가 있었다.

17대 국회에서는 진보정당 사상 최초로 원내에 진입한 민주노동당의 강력한 개혁 요구가 맞물려 ‘깨끗한 정치’를 향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16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정치개혁특위’와 ‘정치관계법특위’가 꾸려졌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해 정개특위에 합류한 것도 이때다. 두 특위는 정경유착과 부패정치를 청산해 공정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고 정당 활동 및 정치자금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정치관계법의 미비점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뒀다.

18대 국회에도 정개특위가 있었다. 하지만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 수를 300석으로 늘려 ‘제 밥그릇 챙기기’ 비판을 받았다. 당시 최대 화두였던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와 석패율제 등 선거제 혁신안으로 논의됐던 제도는 도입되지 못했다.

19대 때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이 공약으로 제시한 정치개혁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정치쇄신특위’를 구성했다. 18대 정개특위에서 도입하지 못한 오픈프라이머리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빈손으로 끝났다. 20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도 선거구 획정을 하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시민단체에 의해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도 있었다.

20대 국회 후반기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심상정 정의당 의원. / 뉴시스
20대 국회 후반기 정개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심상정 정의당 의원. / 뉴시스

20대 국회 전반기에도 정개특위가 어김없이 꾸려졌지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와 활동을 병행하면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개헌 논의가 무산되면서 선거법 개정 논의도 자연스럽게 종료됐기 때문이다. 입법권까지 부여한 정개특위였음에도 힘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후반기 정개특위의 가장 큰 화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총 국회의원 의석수를 나누는 제도다. 300석 기준으로 A당이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이 10%였다면, A당의 의석수는 30석이 된다.

현행 선거제도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인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병립제’다. 유권자는 총선에서 2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자신의 지역구에 입후보한 후보에 한 장, 지지하는 정당에 한 장을 투표하게 된다. 이에 따라 253인이 각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해 선출되며, 나머지 47석은 정당 득표율을 계산해서 그 비율에 따라 각 당의 비례대표로 선출된다.

정개특위는 당초 이달 말까지 활동하기로 했으나, 활동시한을 연장할 예정이다. 일단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선거제도 개편안을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두고서는 각 당마다 의견차가 커 정개특위의 중재가 중요해졌다. 국회 회기가 거듭될수록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비판에 휩싸였던 국회가 이번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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