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제품의 가장 큰 차별성은 품질이다. 기업의 기술력은 소비자 만족도로 이어진다. 그러나 시장에 나오는 대다수의 제품이 상향평준화되면 소비자는 품질 외의 것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차별성 있는 디자인, 부가 혜택 등 다양한 조건을 따지게 된다. 제품을 감싸는 ‘세련된 포장지’도 중요한 구매요소가 된다. 통신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통신시장은 크게 통신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알뜰폰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소 차이가 있다. 통신3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지난 12월 발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회선 통계’에 따르면 통신3사의 시장점유율은 11월 기준 88.2% 수준이다. 알뜰폰의 점유율은 11.8%다. 대한민국 통신소비자 10명 중 9명은 통신3사의 고객이다.

알뜰폰은 ‘통신비 인하’라는 큰 뜻을 품고 2011년 7월 시장에 출범했다. 올해로 8년째 통신3사와 경쟁을 이어오고 있지만 소득은 크지 않다. 알뜰폰 고객은 여전히 적은 수준이며, 이마저도 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이탈이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알뜰폰은 두 자릿수 점유율 유지도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알뜰폰은 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할까. 품질 면에서는 큰 차이도 없는데 말이다. 실제 과기정통부의 ‘2018년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발표’ 결과에 따르면 통신3사와 알뜰폰의 품질이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알뜰폰도 통신3사의 통신망을 사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통신3사의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90.90Mbps(메가비피에스)로 집계됐고, 알뜰폰은 188.03Mbps로 드러났다. 2.87Mbps 차이로, 사실상 비슷한 속도를 제공하고 있다. 업로드도 마찬가지다. 통신3사(53.46Mbps)와 알뜰폰(51.88Mbps)의 속도 차이는 1.58Mbps 정도다. 통신3사와 알뜰폰 간 품질 차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치다. 

이는 결국 품질 이외의 항목에서 통신3사에 밀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41.3%가 ‘멤버십, 고객센터 등 서비스 부족’을 이유로 알뜰폰을 기피한다고 답했다. 이어 △낮은 브랜드 신뢰도(20.2%) △통화품질 저하 우려(14.7%) △가입경로 등 정보부족(12.7%) 등이 알뜰폰을 사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마케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알뜰폰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알뜰폰의 새 명칭과 BI(Brand Identity)를 개편하기 위해 나선 바 있다. ‘싸구려’ 이미지가 알뜰폰의 성장을 막는 원인으로 분석된 만큼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알뜰폰이 새로운 명칭으로 이미지를 제고, 가입자 확대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19년 1월 현재도 알뜰폰의 이름은 ‘알뜰폰’이다.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의 시각도 그대로라는 점이다.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서비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알뜰폰에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포장이다. ‘옷이 날개’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못난 사람도 옷이 좋으면 돋보인다는 뜻이다.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의미다. 고객센터의 개편이든, 브랜드 명칭의 변화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통신3사로 돌아가는 고객이 생기더라도 적어도 한번은 써보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