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의정활동 3년차를 맞았다. 전직 대통령 탄핵소추와 조기대선, 지방선거,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들의 지난 3년은 유독 빠르게 지나갔다. 초선의원들이 평가하는 20대 국회는 어떨까. 국회법보다 여야 합의를 우선하는 독특한 속성, 당론과 자기소신이 부딪힐 때의 난감함 등 쉽지 않은 국회 생활 속에서도 당선 때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을까. <시사위크>는 초선의원 137명에게 소회를 물었다.  <편집자 주>

어떻게 조사했나.

초선의원 대상 설문조사는 총 11개 문항으로 구성했으며 익명으로 진행했다. 본인의 의정활동에 대한 자체평가, 공약 실현도, 국회의원 정수 확대, 국회가 갖고 있는 문제, 내년도 각 정당의 과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회연설 환영 여부, 가장 인상 깊었던 사건, 재선 도전 의향 등 8개 항목은 객관식으로, 존경하는 재선 이상 선배 의원과 친해지고 싶은 동료 초선의원 등 2개 항목은 주관식으로 물었다. 의정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선택형으로 답할 수 있게 했다.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진행했다. 20대 국회 초선의원 137명 중 82명이 응답해 응답률 59.8%를 기록했다. 대상은 더불어민주당 66명, 자유한국당 42명, 바른미래당 14명, 민주평화당 7명, 정의당 4명, 민중당 1명 등 각 정당 소속과 무소속 3명이었다. 참고로 20대 국회 구성상 민주당 소속 초선의원이 가장 많기 때문에 민주당 의견이 과대대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초선의원들은 국회의 가장 큰 문제로 소모적 정쟁을 꼽았으며, 내년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경제활력 제고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초선의원들은 국회의 가장 큰 문제로 소모적 정쟁을 꼽았으며, 내년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경제활력 제고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초선의원들이 정치권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국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초선의원들은 우리 정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소모적 정쟁’을 꼽았으며, 내년 정치권이 해결해야할 과제로는 ‘경제활력 제고’를 중요하게 봤다.

구체적으로 ‘대한민국 국회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소모적 정쟁’이라고 답한 초선의원이 58.5%로 과반을 차지했다. ‘국민의 정치불신’이라고 답한 의원이 25.6%로 뒤를 이었고, 계파갈등이라고 응답한 의원은 6.1%로 나타났다. ‘지역주의’라는 답변은 2.4%에 불과했다. 한국정치의 고질병으로 여겨졌던 지역주의가 20대 국회에서는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 ‘소모적 정쟁’

‘내년도 각 정당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의에는 ‘경제활력 제고’를 꼽은 의원이 68.3%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선거제도 개혁이 25.6%로 의원들의 관심사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반면 총선준비(3.7%)나 개헌(2.4%)이라고 응답한 의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생 집중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소모적 정쟁을 줄이고 민생에 집중하자’는 당위적 전제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번 다짐하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민생이 뒷전으로 밀렸던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20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어 어느 때보다 정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올해에는 경제살리기에 더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초선의원들의 걱정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새해에는 여야를 넘어서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는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논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5.1 체육관 연설과 상응하는 조치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국회에서 연설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5.1 체육관 연설과 상응하는 조치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국회에서 연설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회연설에 대해서는 ‘환영하고 찬성한다’는 의견이 63.4%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5.6%로 나타났다. ‘찬성하지만 환영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1%로 집계됐는데,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연설은 찬성하지만 적대국가의 수장인 만큼 환영할 수는 없다는 보수 일각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포함하면 ‘찬성’ 입장은 75%에 달했다.

김 위원장의 국회연설은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이후 정치권에서 그 가능성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대집단 체조에 참석해 평양시민 15만 명 앞에서 연설할 기회를 가졌는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 이에 상응하는 행사로서 국회연설이 적합하다는 취지다. 성사될 경우 김 위원장의 국회연설은 올해 국회 최대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통령도 평양에서 15만 군중 앞에서 연설했다. (김 위원장 답방시) 최소한 연설할 기회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연설을 하겠다고 하면, 국회의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연설할 기회가 생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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