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간판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폭로에 국회에서 이른바 ‘심석희법’을 발의했다. 대표발의한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첫 번째 법안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시스
쇼트트랙 간판 심석희 선수의 성폭행 피해 폭로에 국회에서 이른바 ‘심석희법’을 발의했다. 대표발의한 안민석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첫 번째 법안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물꼬가 터졌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육계의 비리와 관련된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만나기도 했다. 촉망받던 한 선수는 코치의 만남을 거절한 뒤 왕따를 당했고, 이후 자신도 모르게 스케이트 날을 지금까지 타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갈아놔 기록을 망치게 됐다는 사연을 들었다. 또 있다. 다른 선수는 친오빠를 합류시키는 조건으로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결국 남매는 스케이트를 그만뒀다.

◇ 피해자 또 있다… 법안발의·국정조사 추진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의 폭로로 시작된 체육계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단 빙상계 뿐만이 아니었다. 성추행·성폭행 사건이 유도계로 번졌다. 심석희 선수의 폭로를 보면서 용기를 얻은 전 유도선수 신유용 씨가 자신 역시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장기간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사실을 알리기 힘들 테지만 용기를 내달라”며 또 다른 체육계 미투를 응원했다. 다른 종목에서 다른 피해자들이 더 있다는데 의심이 없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도 “빙상계가 다른 종목에 비해 폭력이 빈번한 편은 아니”라고 말했다. 빙상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체육계 전반의 수직적인 구조로 인해 폭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그는 추가 피해 사실을 파악 중이다. 지금까지 의혹이 제기된 것만 5건 이상이다. 여기엔 심석희 선수나 신씨처럼 미성년자일때부터 피해를 당한 선수도 있고,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도 있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데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계 미투가 확산되자 대한체육회가 이례적으로 회장 명의로 사과했다. 이기흥 회장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쇄신하겠다”고 밝혔으나, 사퇴 촉구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 뉴시스
체육계 미투가 확산되자 대한체육회가 이례적으로 회장 명의로 사과했다. 이기흥 회장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쇄신하겠다”고 밝혔으나, 사퇴 촉구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 뉴시스

파문이 커지면서 국회도 태도가 달라졌다. 그간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였다면 지금은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상임위의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도 개정안을 냈다. 2월 임시국회 통과가 목표다. 법안이 통과되면, 지도자가 선수를 대상으로 폭행·성폭행을 저지를 경우 자격을 영구 박탈하고, 형 확정 이전에도 자격을 무기한 정지시킬 수 있다. 물론 예방 교육은 의무화가 된다.

1월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체육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국회의 의무”라고 강조했고, 같은 당 심상정 의원도 “국정조사를 통해 스포츠계의 폭력과 성폭력 실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드러내 엄중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심상정 의원은 농구 국가대표 출신 박찬숙 한국여자농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과 함께 체육계의 성폭력, 고용 문제를 다룬 바 있다.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안민석 의원의 말처럼 “세계랭킹 1위 선수에게도 성폭행과 폭행이 가해졌다는 점을 보면 이름 없는 무명 선수들은 더 가혹한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화살은 이른바 ‘심석희 사건’의 원흉으로 꼽히는 전명규 한국체대 교수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으로 쏠렸다. 특히 손혜원 의원은 미국 출국을 앞둔 전명규 교수의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책임론에 휩싸인 이기흥 회장은 15일 제22차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앞서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환영받지 못했다. 국정조사가 열리면 두 사람 모두 증인 출석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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