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공개된 장소로 나오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공개된 장소로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선거제 개편에 대한 당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선거제 개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지 않은 곳은 자유한국당이 유일하다. 하지만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 253석에서 200석으로 줄이겠다는 민주당 안은 각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개헌 사항인 ‘총리추천제’를 협상카드로 꺼내든 한국당과 함께 ‘양당의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2일 1소위원회를 열고 민주당이 내놓은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논의했다. 하지만 현실성이 거의 없는 민주당 안을 두고 여야는 신경전만 벌이다 빈손으로 1소위를 종료했다. 정개특위는 오는 24일 전체회의를 열 예정이지만, 1소위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결국 협상이 원내대표들의 손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천정배 평화당 의원은 “민주당 발표는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건 정치개혁 방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고 당의 당리당략을 앞세운 방안이 아닌가 싶다. 과연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인다는 것을 거대양당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극히 의문스럽다. 민주당은 (지역구 의석을) 어떻게 줄일 건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진전된 안을 내놓을 것을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현행 의원정수 300석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하는 한국당 역시 지역구 의석 축소에 대해서는 반발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건 5당 원내대표 합의를 피하기 위한 협상용 아닌가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인다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제안을 위한 제안”이라며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비판이 잇따르자 최인호 민주당 의원은 “의원 정수와 관련해서는 한국당이 ‘의원정수 증가는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아시다시피 추가 의석은 어떤 식의 연동제든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의원정수가 늘어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의원정수를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고도 말했다.

같은 당 원혜영 의원은 “(지역구) 53석을 줄이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 마찬가지로 의석을 더 늘리는 것도 부정적인 여론이 커서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라며 “같은 자세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자”고 덧붙였다.

◇ 한국당, 협상카드로 ‘총리추천제’ 주장

민주당의 ‘지역구 축소’ 방안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은 국회의 총리 추천제를 꺼내들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등 선거제 개편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총리 추천제 도입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당은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으로 총리 추천제를 꾸준히 주장해온 바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실질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 도입 없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건 한마디로 제도 정합성을 파괴하는 일이다. 그래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시정하는 내각제적 요소인 ‘총리 추천제’에 대한 민주당 의견을 묻고 싶다”며 “국회의 총리 추천제를 받으면 그 다음 연동형 비례제, 석패율제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시정을 위해 내각제적 요소인 국회 총리 추천에 대해 민주당이 대답하면 거기에 맞춰 연동형 비례제 및 석패율제에 대해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의 총리 추천제는 사실상 변형된 내각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와 같다. 무엇보다 선거제 개편 논의와 관계없는 개헌 사항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지지부진한 선거제 개편 논의에 또 다른 짐을 얹는 것이라는 우려가 상존한다. 다만 선거제 개편 논의와 함께 개헌을 논의하자는 내용 역시 원내대표 합의 사항인만큼 총리 추천제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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