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시장의 우선순위가 좀처럼 정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는 ‘재도입’을 선택한 모양새다. 심지어 KT에 KT스카이라이프와의 계열 분리를 요구했다.
유료방송시장의 우선순위가 좀처럼 정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는 ‘재도입’을 선택한 모양새다. 심지어 KT에 KT스카이라이프와의 계열 분리를 요구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유료방송시장의 우선순위가 좀처럼 정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일몰된 합산규제의 재도입 문제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과 공정 경쟁 사이에서 고민하는 탓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회는 ‘재도입’을 선택한 모양새다. 심지어 합산규제를 볼모로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인 KT의 계열사 분리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 분리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합산규제는 재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막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 재도입 논의에서 위성방송 공공성으로 ‘불똥’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자동 일몰됐다. 2015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된 탓이다.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가 시장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로, KT와 특수관계 사업자(KT스카이라이프)의 영향력을 경계하기 위해 시작됐다.

일몰 이후 6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합산규제는 여전히 언급되고 있다. 후속 논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지난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논의했다. 이날 과방위는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합산규제를 재도입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KT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것을 우려해서다. 지난해 기준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은 30.86%다. 점유율 3%의 케이블TV만 인수해도 33%가 넘게 된다. KT의 규모가 유료방송시장의 공정 경쟁을 저해할 것이라는 것이 국회의 판단이다. 

심지어 국회는 KT에 ‘계열사 분리’까지 요구하고 있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10.18%의 KT스카이라이프를 KT에서 분리시키라는 주장이다.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유다. 민간기업인 KT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설립된 KT스카이라이프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날 과방위 소속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 문제가 핵심”이라며 “위성방송은 도서산간벽지 등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민영화 이후 비즈니스 모델로 가면서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 KT로부터 KT스카이라이프가 분리되면 합산규제가 필요 없다. 분리되기 전까지는 합산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의 결론이다. 2월 국회에서 결론을 내겠다. KT스카이라이프의 독립이 이뤄지기 전까지 (합산규제는)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국내 상황 살피자니 ‘글로벌 경쟁력’ 발목… 규제가 성장 막나

그러나 합산규제 재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합산규제 반대 측 진술인은 “선진국 미디어 시장에서도 유료방송 업체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 살아남는다”며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국경 없이 사업을 넓히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미 일몰된 법안을 재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같은 입장이다. 과도한 규제는 글로벌 시장의 영향력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쪽이다. 지난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방송통신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시대와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효성 위원장은 “합산규제는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며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통신사와 케이블TV의 인수합병 안건이 상정되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것이 올바른 흐름이 아닐까 한다”고 강조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합산규제 폐지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둔 것이다. 

콘텐츠 해외 수출 등 국내 미디어 산업의 해외진출 기회가 많은 만큼 글로벌 경쟁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국내 시장에 진출한 해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도 규제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합산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도입 등으로 콘텐츠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수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방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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