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지 제조업체 모나리자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10년 만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 모나리자 홈페이지 갈무리
화장지 제조업체 모나리자가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10년 만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 모나리자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벨라지오’, ‘녹스’ 브랜드로 유명한 화장지 제조사 모나리자의 얼굴에 수심이 짙어지고 있다. 원재료인 펄프 가격 인상 등의 영향을 받아 10년 만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락 일변도의 매출도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화장지 명가의 속을 태우고 있다.

◇ 10년 만에 쌍끌이 ‘적자 전환’

화장지 제조업체 모나리자가 적자 전환됐다. 지난 25일 공시된 모나리자의 잠정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각각 24억원의 영업손실과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남길 전망이다. 모나리자가 양 부문 모두에서 손실을 안은 건 지난 2008년 이후 정확히 10년 만이다.

모나리자는 지난해 불안한 출발을 보이며 실적 추락을 예고했다. 지난해 1분기에 전년 대비 93% 감소한 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사정은 계속 악화돼 3분기 이미 16억원의 영업적자가 쌓였다. 마지막 분기 손실을 최소화 하는 데 실패한 채, 8억원의 적자가 추가로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모나리자 측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증가와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가로 인하 소비 심리와 내수 경기가 위축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통상 제지 원가에서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0~50%에 이른다.

실제 지난해 제지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뛰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펄프의 가격은 지난해 중순 기준으로 활엽수(BHK)가 톤당 1,025달러를 유지했다. 이는 약 2년 4개월 전과 비교했을 때 47% 오른 가격이다. 캐나다 등에서 생산되는 침엽수(BSK)도 예년 보다 비싼 톤당 895달러선에서 판매가 이뤄졌다.

◇ 1,000억 매출도 위태로운 화장지 명가

문제는 매출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이 감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년째 전체 매출규모가 줄면서 회사의 외형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 2012년 1,328억원에 달했던 모나리자의 연매출은 하향곡선을 그리다 2017년 1,20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록한 1,130억원의 매출액은 2009년(1,038억) 이후 최저 금액이다.

화장지, 기저귀, 생리대와 같은 위생 용지는 생활수준에 비례해 수요가 증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나리자는 일반적인 제지 산업의 특성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셈이다.

모나리자의 악화되는 실적은 경영진의 인사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약 3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노유호 전 대표이사가 임기 5개월을 앞두고 돌연 물러났다. 취임 이듬해인 2016년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내면서 재심임에 성공한 노 전 대표는 원재료비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나 최악에 가까운 성적표와 함께 직을 내려놨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