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20대 남성, 강자라고만 생각했었다"… 남심 달래기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율이 전 연령층 남녀를 통틀어 20대 남성층에서 최저치를 기록하자 이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이다. 20대 남성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이 오히려 ‘역차별’을 야기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표 의원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층 일반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었다. 표 의원은 사전에 자신의 SNS를 통해 해당 간담회 일정을 알렸고, 20대 남성이 아니더라도 참석을 희망하는 사람은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기 어려운 평일 오전에 진행돼 SNS 라이브 중계로 댓글 참여도 받았다. 민감한 내용의 발언이 나올 것을 우려해 참석자들의 신원노출을 방지하는 신중함도 보였다.

간담회에는 약 30명의 남성들이 참석했다. 일자리·민생, 양성평등·역차별 논란, 20대 남성과의 소통문제 등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눠서 진행할 방침이었으나 대부분의 질의가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과 역차별 논란에 초점이 맞춰졌다.

참석자A “과거에는 여성차별이 많았지만 지금은 잘 공감이 안 간다. 청년 입장에서 여성차별은 40대 50대가 했는데 왜 책임을 우리가 져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여성차별은 우리 어머니 세대가 받았지만, 그 고통을 20대 여성에게 보상해주려는 것 같다. 20대 남성의 고충을 기성세대가 들어주지도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20대 남성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역차별 조장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20대 남성은 고립됐다.”

참석자B “여성과 남성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지배계층이나 주류언론에서 양쪽에 발언권을 공정하게 할애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박진성 시인의 경우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은 보도가 많이 됐는데 무고라는 건 거의 언급도 안 됐다. 완전히 대놓고 우리를 조롱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지배계층이나 주류언론에서 양쪽 의견을 공정하게 하지 않고 한쪽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고 있다.”

참석자C “정부 기조를 보면 여성할당제를 도입하고 하는데, 여성에 대한 혜택이 커지고 여성이 상대적으로 쉽게 기업에 들어오니까 허들이 남자한테 더 높다. 할당제가 또 다른 성별(남성)에 대한 차별을 만든다. 차별 해소를 위해서 차별을 야기하는 것이다.”

표 의원은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저는 그 부분을 최근에 깨달았다. 우리는 같은 남자니까 같이 공유하고 같이 느낀다고 생각했다. ‘우리(남성)가 그동안 여성들에게 너무했지 않았나’라고 (모든 세대가 공감할 것이라고) 착각했었다. ‘20대 남성들은 강자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고치겠다”고 인정했다. 같은 남성층 내에도 세대에 따라 인식의 격차가 있다는 점을 인지한 것이다.

다만 표 의원은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으로 쌓여왔던, 여성이 겪었던 차별이나 성희롱, 성추행적인 분위기가 존재한다는 것마저 부인할 수는 없다. 20대 남성이라 하더라도 중년 남성이 20대 여성에게 성희롱을 한다면 박수치지는 않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주제는 ‘여성할당제’에 대한 불만이었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성에게만 따로 ‘할당’된 자리를 내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여론이 20대 남성층 사이에 뚜렷하게 형성돼있었다. 한 참석자는 “(여성할당제로) 여성에 대한 혜택이 커지고 여성이 상대적으로 쉽게 (취업이) 된다면, 허들이 남자한테 더 높으니 남자가 더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했고, 다른 참석자는 “여성이 할당제 때문에 더 우대받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언급한 ‘여성할당제’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공무원 채용 시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느 한쪽이 합격자의 30% 미만일 때 해당 성의 응시자를 추가로 합격시키는 제도다. 한쪽 성비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자는 취지다. ‘여성채용목표제’로 시작됐다가 2003년에 제도가 바뀌었다. 경찰대의 경우 아직 신입생 정원 100명 중 12명을, 간부후보생 일반 40명 중 5명을 여성 몫으로 두고 있지만,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의 폐지권고에 따라 2021학년도부터 남녀 통합모집이 실시될 예정이다.

표 의원은 “아예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직종에 대한 기회도 보장받지 못했던 과거가 있었다. 그래서 할당제가 도입된 것이다. 우선적으로 여성에게 문호를 낮춰주고 할당을 함으로써 해당 직장의 분위기를 갖추는 것이다. 여자화장실이나 여성 동료 인식을 심어주면 어느 시점엔 할당이 필요 없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과거 유색인종 할당제와 유사하고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할당제를 시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작 20대 남성들은 혜택을 받아본 적도 없고 주위의 여성 친구들의 차별도 본 적이 없는데 왜 여성만 우대하느냐고 말 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기나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개혁하는 과정에 놓인 분들에게는 일시적인 불이익이나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곤혹스럽다”며 “그렇다고 해서 오랜 불평등 문제를 그냥 놔둘 것이냐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저희는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지향하다보니 개별적인 사안만 봤을 때 ‘역차별’로 볼 수 있다. 조금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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