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넥슨 판교사옥 앞. / 시사위크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넥슨 판교사옥 앞. / 시사위크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연초 갑작스런 매각설로 게임업계에 충격을 줬던 넥슨의 인수전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공개인수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에선 넷마블, 카카오 등 게임·IT기업들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일각에선 인수규모가 큰 만큼 국내 게임업계의 연합을 기대하기도 한다. 다만 이해관계가 복잡해, 게임업계 간의 합종연횡은 어려울 전망이다.

◇ 넷마블·카카오, 넥슨 인수참여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은 이달 3일 넥슨 지주사 NXC의 지분 98.64%가 매물로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식화됐다. 이는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이다. 당초 국내 게임업계에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후보자가 없어 공개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EA(일렉트로닉아츠), 블리자드, 삼성전자 등에 투자설명서를 발송했고, 텐센트는 인수관련 컨소시엄 구성에 착수한 상황이다.

넷마블은 31일 이와 관련,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한 달 전 최종 참여키로 결정했다”며 넥슨 인수전에 참전을 공식화 했다.

이어 인수이유로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자산”이라며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카카오도 넥슨 인수와 관련, 다각도로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게임업계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넥슨 매각설이 나온 후 덩치가 큰 탓에 중국 텐센트 및 해외 자본이 유력 인수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1세대 게임사가 해외로 매각된다는 우려에 반대 여론이 형성됐고, 청와대청원 게시판엔 ‘넥슨 매각을 막아 달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김정주 대표는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넥슨을 글로벌 회사로 만드는데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와 넷마블이 넥슨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31일 보고서를 통해 “넥슨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모바일게임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사가 캐주얼부터 하드코어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운영하고 있고 ▲글로벌 게임 시장 공략을 중점으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이어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캐주얼 게임 개발과 운영에 장점을 보유해, 넥슨의 캐주얼 게임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톡이 캐주얼게임에 유리한 플랫폼이며, 카카오프렌즈처럼 게임 캐릭터 사업의 확장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넥슨 인수전과 관련해 국내에선 넷마블이 참여를 공식화 했고, 카카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카카오의 게임사업 자회사 '카카오게임즈'. / 시사위크
넥슨 인수전과 관련해 국내에선 넷마블이 참여를 공식화 했고, 카카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카카오의 게임사업 자회사 '카카오게임즈'. / 시사위크

◇ 인수규모만 10조원… 컨소시엄 구성, 어떻게 될까

하지만 덩치가 큰 만큼 한 기업이 단독으로 넥슨을 인수하기엔 무리가 있다. 김정주 대표의 NXC 지분 가치는 약 10조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넷마블과 카카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2조원 내외에 불과하다. 다른 투자자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넷마블과 카카오 및 여타 게임업체가 연합하는 형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만큼, 이들이 연합할 가능성은 낮다. 대부분 게임사들이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는 상황인데, 넥슨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면 투자한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게임사 한 곳을 전략적투자자(SI)로 두고,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가 참여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또 각기 다른 업계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복수의 SI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연합이면 제 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 인수에 의미가 없게 된다”며 “PEF(사모펀드) 컨소시엄과 게임사에 더한 타 업계의 컨소시엄 등 두 가지 형태가 인수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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