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게임업계의 흑역사로 종종 언급되는 ‘아타리 쇼크’는 1983년 북미 비디오 게임시장을 강타한 사건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저품질’ ‘미완성 게임’이 쏟아졌고,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팽배 및 시장의 장기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건 일본 게임사 ‘아타리’의 타이틀 ‘E.T’. 영화의 유명세에 어느 정도 흥행을 기대했지만, 단 5~6주 만에 급조된 게임 ‘E.T’는 유저들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결국 아타리는 1983년 한 해에만 5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고, 북미 게임 산업 규모는 약 30억 달러에서 1억 달러로 축소됐다.

게임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현대판 아타리 쇼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특색을 찾아볼 수 없는 양산형 게임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자동사냥, 확률형 아이템 등 유저들이 게임에 등 돌릴 이슈가 계속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과거 아타리쇼크 때와 환경은 사뭇 다르다. 당시엔 게임카트리지 생산 및 유통, 매장운영 등 게임 산업에 얽힌 이해관계자가 많았다면, 현재는 홀로 게임을 제작할 수도 있다.  앱마켓을 통해 유통과 수익배분이 동시에 가능한 덕분이다.

또 F2P(FREE TO PLAY, 부분유료)게임들이 대다수다. 유저들은 게임을 무료로 해보고 재미가 없으면 다른 게임을 찾아 떠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실패를 해도 게임사와 시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플랫폼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생겨난 ‘자동사냥’, 돈을 지불할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과금모델 등에 게임의 흥미를 잃었다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캐릭터를 성장시키기 위해 스마트폰을 켜놓고 자동사냥을 실행하다가 갑자기 회의감이 든다는 것이다.

기자가 만난 모바일 게임사 홍보관계자 중엔 “다수가 모바일이 아닌 콘솔(X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만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플레이에 대한 보상으로 성취감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재력으로 강해진 캐릭터를 보고 만족감을 느끼는 게임’들이 많아진 탓이다.

또 일부 게임들은 출시 1년도 안 된 시점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한다. 적자사업을 유지할 순 없겠지만, 게임이 마음에 들어 돈을 쓴 유저들은 억울한 심정이다. 이 같은 흐름엔 규모를 가릴 것 없이 국내외 다양한 게임사들이 동참 중이다.

게임사들의 수익, 시장 규모 등 지표상 수치들은 커져가는 반면 유저들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미 현대판 아타리 쇼크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게임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업계 일각에선 이 같은 흐름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나오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고 있다. 기업으로서 수익을 등한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한 중소게임사가 출시한 액션게임이 게임성과 매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편이다.

높은 실업률, 불안한 노후, 경기불안에 사회가 지쳐가고 있다. 게임사들이 게임에서조차 돈 많은 이들이 승리하는 구조에서 탈피해, 유저들을 달래줄 수 있는 '착한 게임' '갓 게임' 제작에 더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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