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하청업체들의 호소가 끊이질 않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하청업체들의 호소가 끊이질 않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주장하는 하청업체들의 호소가 끊이질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쥐어짜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3년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을 하다 2015년 도산한 경부산업 한익길 대표는 2016년 국정감사에서 위장도급 의혹을 직접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던 또 다른 하청업체 대한기업도 도산 지경에 이르렀다. 피해 기업들은 공정위와 노동부 등 관계 당국은 물론 울산시조차도 현대중공업을 비호하고 있다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 “현대중 협력사들, 모두 위장도급업체”

현대중공업의 갑질 피해를 주장했던 하청업체들이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청원글을 올리고, 같은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피해를 고발해온 대한기업도 그 사례다.

‘현대중공업 갑질 철폐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는 ‘현대중공업 150여개 협력사를 대변한다’는 글을 통해 “국민청원 이후 현대중공업이 전산통제 및 출입증통제 조치를 해 170명의 근로자들이 현재 한 명도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결국 업체를 운영할 수 없게 됐다”고 보복 피해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현대중공업의 갑질을 지켜만 보고 있지 않겠다. 국회에도 갑질방지법과 외주화방지법 등의 법안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도협 대표는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들이 모두 위장도급업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해왔다. 그는 “협력업체들은 100% 인력 공급 업체라고 보면 된다”면서 “모든 공정과 인원관리, 경영관리까지 현대중공업이 담당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급계약은 원칙적으로 시공의뢰서를 받아 견적서를 제출하면 그에 따라 공사계약서를 체결한다. 하지만 현실은 공정스케줄이 먼저 내려온 후 견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에서 주간 공정 스케줄이 내려오면 그에 따라 우선 업무를 진행하고 계약서 작성은 월말에 일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공사금액을 알지 못한 채 작업을 시작하고,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책정한 공사대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자료들을 공정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공정위의 직권조사에서 현대중공업이 공정위 조사 전 ‘블랙매직’이라는 파일 삭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해당 의혹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당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반 선박뿐 아니라 함정과 군함 등 군사기밀을 다루는 특수선도 제작하고 있다. 국방부 훈령에 따르면 관련 프로젝트 종료 후 자료를 삭제해야 한다”면서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을'들을 착취해 총수일가 사익 추구하는 현대중공업 문제점 진단 및 대안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을'들을 착취해 총수일가 사익 추구하는 현대중공업 문제점 진단 및 대안모색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 당국 미온적 대처에 이중삼중 고통 받는 하청업체들

김도협 대표는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공권력에 기대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국회에 직접 현대중공업의 갑질을 고발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에 갑질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하청업체는 대한기업뿐만이 아니다. 2016년 경부산업과 지난해에는 대한기업과 동영코엘스가 올해 초에는 삼영기계도 각종 피해를 주장했다. 동영코엘스는 지난해 8월 정의당이 주최한 ‘대기업 갑질 증언대회’에 나와 현대중공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고발한 바 있다.

올해 1월 삼영기계는 현대중공업이 핵심 기술을 탈취했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가 가지고 있는 특허는 엔진 중 하나의 파트일 뿐, 전체 엔진은 현대중공업의 독자적인 기술이라고 주장,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협력사들과의 마찰이 매년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시에서도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녹색경제>는 오는 11일 예정된 김도협 대한기업 대표와 송철호 울산시장과의 면담이 울산시 측의 통보로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김 대표는 대책위 위원장 자격으로 예정된 시장과의 면담이 급작스럽게 취소된 것과 관련 “울산시가 현대중공업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현대중공업 측은 앞서 2011년과 2016년에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각각 위장도급업체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책위 측이 강력 대응을 예고한 만큼 향후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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