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5.18 망언, 역사부정, 한국당은 사죄하라'며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뉴시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의원들이 '5.18 망언, 역사부정, 한국당은 사죄하라'며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여파가 연일 확산되고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5·18 모독 발언에 대한 사과와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고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은 해당 발언이 나온 ‘5·18 공청회’ 행사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원내지도부는 11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5·18 공청회’ 사태를 일으킨 김진태·이종명·김순례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윤리위 제소는 오는 12일 여야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공동으로 할 예정이다. 징계 수위는 최고 ‘의원직 제명’까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세 의원의 출당 요구와 법적 대응 또한 예고된 상태다.

보수진영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가 “한국당의 실책”이라는 평가다. 대표적 보수논객으로 꼽히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이종명 한국당 의원으로부터 ‘5·18 공청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한 사실을 밝히며 “확신보다 진실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할 자유진영이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는 것처럼 이미 확정된 사안을 두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냐, 아니냐’를 놓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과 같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조 전 편집장은 그러면서 “한국당이 북한군 600명의 광주 침투를 주장한다면 이 루머를 부정했던 박근혜 정부(김관진 국방장관)를 공격하는 것이 되고 자유진영 전체를 조롱거리로 만들 것이며 분열의 씨앗을 키우는 과오가 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했던 서청원 한국당 의원은 “분명한 역사적 진실이 있고, 현장을 직접 본 사람이 있는데 민주화운동을 종북좌파의 문제로 왜곡해서 거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이라며 “현장을 체험한 선배정치인으로서 숭고한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어리석은 행동이나 소모적인 정치쟁점이 되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같은 당 김무성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을 부정하는 것은 의견 표출이 아니라 역사 왜곡이자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발언은 크게 잘못됐다. 앞서간 민주화 영령들의 뜻을 훼손하고 한 맺힌 유가족들의 마음에 더욱 큰 상처를 냈다. 이번 발언은 한국당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억지주장”이라고 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뉴시스

◇ “지지율 오르니 경계심 약해졌다” 자성 목소리

특히 이번 사태는 한국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는 과정에서 벌어져 내부 긴장감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 대표선거에 출마하면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누리던 한국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해묵은 논쟁을 꺼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지율은 조금씩 회복되었고 10% 초반 대에서 지금은 30%정도를 목전에 두게 되었다. 그야말로 중환자실에 들어간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떼고 일반병실로 옮긴 이런 정도”라며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스스로 경계심이 약화됐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언행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이익보다 당을 생각하고, 당보다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그러한 자세를 보여야 될 때”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자신이 소속된 한국당을 향해 “대구시정에만 전념하려고 참고 또 참아 왔는데 요즘 당 돌아가는 꼴을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황당한 웰빙단식, 국민 가슴에 대못박는 5·18관련 망언, 당내 정치가 실종된 불통 전당대회 강행, 꼴불견 줄서기에다 철지난 박심 논란까지. 도대체 왜들 이러나? 지지율이 좀 오른다고 하니 오만, 불통,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한 것인가? 갈 길은 아직도 멀고 걸음은 더딘데 눈앞에는 첩첩산중이구나. 제발 정신들 좀 차리자”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비대위원장은 김용태 당 사무총장에게 ‘5·18 공청회’ 행사 개최 경위, 참석자, 발제 내용 및 주요 토론자의 주장, 당 지도부에 대한 행사 개최 사전 고지 여부 등 전반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국당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으로서 다시 한 번 광주시민들과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점을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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