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박물관에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특별한 이름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학예사라고 불리는 큐레이터(Curator)가 있다. 최고위층에 학예사 출신의 관장이 있을 수 있고 그 아래에 학예실장이나 전시과장이 있다. 기관의 크기에 따라 학예실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만, 박물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를 담당하는 전시과장은 반드시 있다.

물론 전시는 전시과가 아니라 연구과, 유물과, 어린이박물관과 등의 다른 이름의 여러 과에서 할 수는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어느 과에서 하든 ‘전시’에 초점을 맞춘 것이며 이런 측면에서 직접 실제로 전시를 총괄한다면 전시과장은 프로젝트 매니저라고 할 수 있다.

미국·프랑스 등에는 스토리텔러나 카피라이터 등의 직업군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생소할 따름이다. 큐레이터나 디자이너 출신으로 팀장 격인 프로그램 매니저가 있지만 전시에 참여하는 다양한 직군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서 전시를 발전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시 개발자(E.D. : exhibition developer)가 필요하게 된다.

전시 개발자는 전시회에서 기획자(큐레이터), 디자이너 및 프로젝트 매니저(PM : 팀장) 등 실무진(에듀케이터 및 카피라이터 등 포함)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고 조율하면서 내외부 네트워크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참여 확대 통한 정보화된 환경을 조성하여 입체적인 프레젠테이션 제작하며 시너지효과를 거두게 하는 중간 관리자 또는 실무자를 의미한다.

전시개발자의 소임을 달성하기 위해 미국 등의 선도적인 대형박물관에서는 채용공고를 통해서 다음과 같은 여섯가지 소양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최소 6개의 능력을 갖춰야 박물관 전시를 잘 개발할 수 있을 듯하다.

사진은 3.1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렉션에 나온 유물이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사진은 3.1운동 100주년 간송특별전 대한콜렉션에 나온 유물이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첫째, 세대를 넘는 창조적이고 협력적인 팀 분위기를 이루어 개인적인 참여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정에서 팀원(팀장 포함, 이하 동일)들의 전시 준비 체험을 개발한다. 팀원들 모두가 전시 주제, 교육 목표에 대해 공통적인 합의를 이끌어서 성공적으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 공동체로 만들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에 대한 열망과 팀 운영의 우수성에 헌신하는 개방적이고 포괄적인 전시 준비 과정에 참여하고 또 기여해야 한다.

둘째, 전시 주제 콘텐츠 관련 연구 조사와 유물 자료 수집한 결과물을 효과적으로 재해석하는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의 전문지식, 관점, 경험의 전문적이고 개인적인 다양성을 포용하여 팀 내·외부의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셋째, 예술·과학·기술·인문·민속 등 관련 박물관 및 내·외부 전문가(자격 있는 일부 팀원 포함) 차원의 전문지식, 입장 및 지침을 통합하여 전시 전략, 전시내용 및 체험에 관한 매뉴얼 및 워크스루를 개발하여 연구·작성한다. 이를 가지고 전시회 관련자 및 관람객 모두가 전시회의 비전을 볼 수 있도록 설명하며, 박물관과 전시회가 지행하는 개념적 틀과 목표가 되는 가치를 개발하고 시행하고 구현하여야 한다.

넷째. 전문가·교사·가족단위·어린이 등 다양한 관람객과 비공식적인 환경에서 함께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친화력을 갖춰야 한다. 관람객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호기심을 일깨우는 창의적이고 참여적인 학습 체험을 개발하고 구현하기 위해 관람형태를 기획 및 디자인한다. 동시에 방문객 연구와 전시 평가, 전시 체험을 개발하여 전시 목표를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영감을 주며 도전적인 경험을 창출하도록 피드백해야 한다.

다섯째. 아이디어를 서면과 구두로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 능력을 갖춘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의 소유자로 카피라이터와 칼럼니스트의 역할을 병행 또는 조정하여 전시회 카피나 기타 응축된 청중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의 쓰기(리드글, 패널 등)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여섯째, 프로젝트와 관련된 전시 요소의 생산(공연 등 포함)과 품질 관리, 나아가 소비(오프닝 리셉션, 전시문화상품 판매 포함)를 조정하며, 일정과 예산, 프로젝트 계약 및 조치 항목에 따라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뛰어난 시간 관리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이한 점은 전시개발자가 제대로 일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이들을 필요로 하는 박물관의 관장을 비롯한 성원들의 필요가 절실해지고 있으며 팀장 역시 이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개발자의 연봉은 프로젝트별로 팀장급 이상으로 대우하고 있다. 그만큼 전시회의 성공에 대한 박물관의 열망이 있고 아울러 전시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개발자가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참여 학예사들이 모두 고도의 전문가여야 한다. 미국 등에서 큐레이터는 박사나 박사급으로 전문 연구자여야 한다. 전공 등이 맞지 않을 경우 외부연구자를 객원 큐레이터로 임시 채용하기도 한다. 오늘날의 전시는 전문적인 소양이 없는 콘텐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예사가 있고 그들이 팀장이나 관장이 되는 데에서 문제의 소지가 더러 있다. 이들은 개발자는 물론 디자이너, 스토리텔러, 카피라이터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필요성도 못 느끼는 주먹구구형이 적지 않아 아쉽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국내 수많은 국립박물관은 전시개발자나 박사급의 큐레이터의 채용은 요원하고 박물관내 횡횡하는 갑질문화로 최소한의 소통 채널은 제대로 확보되고 있는지 최소한의 점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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