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로 대변되는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이 커지면서 자전거 업계의 판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 삼천리자전거
전기자전거로 대변되는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이 커지면서 자전거 업계의 판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전기자전거 분야에 소홀하다 시피해 온 삼천리자전거가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삼천리자전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자전거 업계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만년 2위에 머물러있던 알톤자전거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삼천리자전거의 ‘40년 천하’가 위협받고 있다. 삼천리자전거는 전기자전거로 대변되는 ‘퍼스널 모빌리티’로의 트렌드 변화를 읽지 못해 알톤자전거에 추격을 허용했다는 분석이다.

◇ 17년만의 영업손실, 흔들리는 ‘40년 천하’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삼천리자전거의 아성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1979년 이후 국내 자전거를 대표하는 메이커로 이름을 알려온 삼천리자전거가 업계 선두 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지난해 삼천리자전거의 매출액은 796억원. 전년 대비 28% 가량 매출이 줄면서 7년 만에 매출 규모가 1,000억원 밑으로 내려갔다. 영업이익에서는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마이너스 175억원을 남기면서 적자 전환됐다. 삼천리자전거가 영업손실을 기록한 건 2001년(-21억) 이후 17년 만이다. 삼천리자전거는 “경기침체 및 내수부진으로 인한 매출 및 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레저와 연관이 깊은 자전거 산업은 날씨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외활동에 지장을 끼치는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다시피 하면서 판매량에 지장을 받고 있다. 2015년 200만대에 달하던 연간 판매량은 최근 170만대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여기에 미국(트렉)과 대만(자이언트) 등 외국 브랜드의 공세도 국산 업체들의 입지를 줄어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외국 브랜드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 10년 사이 2배가량 늘어나 4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 퍼스널모빌리티 주목한 알톤 ‘승승장구’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알톤스포츠는 호실적을 거두면서 국내 최강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알톤스포츠의 연매출은 전년 대비 16% 가량 증가한 504억원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적자의 고리를 끊고 흑자 전환(영업익 5억)에도 성공하며 처음으로 영업실적에서 삼천리자전거를 앞섰다. 213억원에 달했던 당기순손실도 1년 사이 마이너스 3억원으로 급감했다. 알톤스포츠는 “비용절감 및 매출채권 회수에 따른 손익효과를 봤다”면서 “수출 및 스마트모빌리티 제품 매출증가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알톤자전거는 일찍이 전기자전거의 성장성에 주목해 이에 관한 역량을 키워왔다. 2012년 이알프스라는 전기자전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2017년에는 전기자전거 브랜드 ‘이 알톤’을 론칭했다. 알톤 측은 전기자전거만 놓고 봤을 때,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타사 대비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6만대 수준이던 국내 퍼스널모빌리티 시장이 오는 2022년 무렵 2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삼천리자전거는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달 열린 올해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기존 9종이던 전기자전거를 13종으로 확대하는 등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보강했다. 또 가격경쟁력과 디자인적인 요소도 보강해 퍼스널모빌리티 1위 회사로 등극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