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을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 특히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보석을 신청하거나 법정 출석을 미뤄왔다. 이를 보는 여론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 뉴시스
전직 대통령들의 건강을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 특히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보석을 신청하거나 법정 출석을 미뤄왔다. 이를 보는 여론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보석을 재차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 구성이 바뀌고 처음 열리는 공판에서 법률대리인을 통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건강 악화다. 강훈 변호사가 19일 서울고법 형사1부에 제출한 추가 의견서에 따르면, MB는 의사로부터 “양압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처방을 받았다. 1~2시간 마다 잠에서 깰 정도로 수면장애가 심해졌다는 것이다. MB가 진단을 받은 병명은 수면무호흡증이다.

◇ MB의 수면무호흡증과 박근혜의 허리디스크

실제 MB의 건강은 좋지 못하다. 현재 확인된 병명만 수면무호흡증을 포함해 기관지확장증, 역류성식도염, 제2형 당뇨병, 탈모, 황반변성 등 총 9개로 알려졌다. 이중에서도 수면무호흡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동맥경화, 심부전, 폐성 고혈압 등과 관련이 높아 의학전문가들이 돌연사와의 연관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강훈 변호사는 “돌연사 위험성이 있다”며 MB의 보석 허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고민은 길어지고 있다. 왜일까.

검찰 측은 MB의 보석을 반대했다. 앞서 열린 공판에서 “형사소송법상 보석 제외 사유에 해당하고, 언급된 질환 대부분은 만성질환이자 일시적 신체 현상에 불과하다”며 석방 반대에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형사소송법(제95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형·무기나 10년 이상 징역과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보석 허가 예외에 속한다. MB는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검찰은 “수면무호흡증이 긴급치료가 필요하지 않은데다 이미 구치소 내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MB의 수면무호흡증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악화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중심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 수감 이후 몸무게가 39kg까지 빠질 만큼 위독하다”는 얘기가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가짜뉴스다. YTN이 최근 법무부에서 전달받은 공문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몸무게나 혈압에는 큰 변화가 없다. 외부 진료를 나간 적은 있지만 허리나 무릎 관절 통증 때문이지 내과나 순환기 질환으로 인한 진료는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칩거 중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조문하지 못했고, 김종필 전 총리 상가에는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 뉴시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칩거 중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조문하지 못했고, 김종필 전 총리 상가에는 조화를 보내 고인을 애도했다. /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MB와 달랐다. 보석은커녕 항소와 상고 모두 포기했다. 재판 출석도 거부했다. 유일하게 접견이 허락된 유영하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기본적으로 좋지는 않다”면서도 “위독하거나 체중이 빠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스트레칭 관련 서적을 읽는 것으로 스스로 건강을 챙기기 위해 노력해왔다.

◇ 전두환 문병 5년 전… 베일에 가려진 노태우

알츠하이머 투병 중으로 알려진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골프장 목격담 보도 이후 병명에 대한 신빙성이 낮아진 상태다. 재판 출석을 피하기 위한 꼼수로 읽힌 것. 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줄곧 건강상의 이유를 내세워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여론의 비판을 산 배경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알츠하이머가 누워 있는 병이 아니다. 신체활동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며 항변했으나 수용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달 11일 광주지법에 출석할 예정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구설에 오른 반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건강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거동은 물론 의사소통이 불편한 상태로 알려진 게 벌써 5년 전이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첫 문병 소식으로 화제가 되면서 눈 깜빡임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도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를 알아보겠는가’라고 묻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눈을 깜빡이며 알아봤다는 것.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더 늦기 전에 찾아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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