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이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와 김지은 씨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뉴시스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이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와 김지은 씨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안희정 전 지사 성폭력 사건이 안 전 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와 김지은 씨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민씨는 안 전 지사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사람이 불륜 사이였다”며 주장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민씨의 처지를 이해 못할 이는 없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자칫 민씨까지도 법정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씨는 1차 페북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나와 아이들이다”라고 말했다. 김씨가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 말이다. 안 전 지사와 김씨가 정말 불륜 관계였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씨가 자신을 드러내고 성폭력 피해를 고발했다면, 민씨의 주장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불륜 관계였다는 주장은 1심 재판부에서도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은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공판 내내 피고인인 안 전 지사가 아닌 김씨를 상대로 유독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김씨가 전형적인 피해자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점 등을 이유로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예컨대 김씨가 피해를 당한 다음날에도 안 전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챙긴 점, 안 전 지사의 입맛을 고려해 순두부집을 적극적으로 물색한 점 등이다.

또한 (안 전 지사가 심부름 시킨)‘담배를 문 앞에 두고 갔다면 간음에 이르지 않을 것’이라며 김씨 탓으로 돌리는 듯한 지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김씨의 모든 주장은 배척됐다. 1심 판결 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민씨는 항소심에서 안 전 지사의 주장이 배척되자 재판부를 향해 원망 섞인 심정을 밝혔다.

민씨가 두 사람의 불륜을 의심하는 이유는 상화원 침실 사건과 두 사람이 나눈 일부 텔레그램 메시지 때문으로 보인다. 상화원 사건 당시 상황을 페북을 통해 설명했던 민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방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김씨의 주장과 “방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사람을 볼 수 없다”는 민씨의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민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김씨의 진술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곧 불륜사이라거나 성폭력 피해가 없다고 볼만한 내용은 되지 못한다. 즉, 안 전 지사의 혐의와는 관련이 없는 지엽적인 부분이라는 것. 항소심 재판부 역시 그 점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민씨는 “안희정 씨를 깨워서 자기 방으로 데려가려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등 불륜사이라고 해도 당시 정황상(부부동반 일정)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김씨의 유혹에 넘어간 안 전 지사가 더 나쁜 사람”이라며 단정적인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민씨의 심정을 이해하더라고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선 안 전 지사의 사건은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에서 끝난 사건이 아닌, 두 차례의 재판을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진 사건이다. 물론 앞으로 한 번의 판단이 더 남아 있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민씨가 1심과 2심 재판에서 누차 펼쳤던 주장을 페이스북을 통해 일방적으로 또 다시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민씨는 안 전 지사와 김씨가 나눴던 텔레그램 대화 일부를 공개하며 김씨에게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민씨가 두 사람을 분륜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민씨는 처음 사건이 공개된 직후 “합의된 관계였다는 비서실 입장은 잘못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입장 발표나, 이후 2명의 추가 피해자가 등장한 사실, “김씨가 그루밍 상태에 빠져있었을 수 있다”는 1심 재판 당시 심리분석 전문가들의 판단은 거론하지 않고 김씨에게 문제가 될 만한 사건들만 공개하고 있다.
 
특히 텔레그램 공개는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던 법원의 판단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법조계에서는 민씨의 행동이 사생활 침해(텔레그램 공개)나 명예훼손(불륜 주장)에 성립될 가능성도 있다는 판단이다.

민씨는 “자식들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안 전 지사의 사건과 별개로 배우자인 민씨와 그 자녀들의 명예는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된다면 모두에게 더 큰 상처만 남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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