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자닷컴이 이달 말로 자작 플래시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 / 주전자닷컴
주전자닷컴이 이달 말로 자작 플래시게임 서비스를 중단한다. / 주전자닷컴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십 수 년 간 아마추어 플래시 제작자들의 놀이터로 자리했던 ‘주전자닷컴’이 ‘자작 게임란’을 폐쇄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무료게임이라 해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 채널 등장으로 1인 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가 주목받는 시대지만, 게임업계에선 남의 일인 셈이다.

◇ 갑작스런 서비스 중지 지침… ‘등급분류 못 받아’

27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는 최근 주전자닷컴에 공문을 발송했다. 주전자닷컴 내 무료로 제공되던 ‘자작게임물 서비스’가 현행법에 저촉돼, 서비스 금지통보를 내린 것.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선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물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주전자닷컴은 당황한 눈치다. 지난 2005년 사이트 개설 후 14년간 유저들의 자작 플래시 작품(애니메이션, 게임 등) 무료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지를 통해 “프로들도 아닌 학생들이 중심이 된 손때 묻은 ucc작품에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어 혼란스럽다”며 “사이트 강제 차단조치를 피하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서비스를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32조에선 등급을 받지 못한 게임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32조에선 등급을 받지 못한 게임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위법이긴 한데… 현실 맞지 않는 법규정

이번 사태를 법적으로만 보면 원인은 주전자닷컴에 있다. 이들이 애초부터 플래시 게임의 등급을 분류 받았다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규정 자체가 잘못 됐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비용의 문제다.

현재 PC게임의 등급분류를 받기 위해선 심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개발주체 및 게임플랫폼과 용량 등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2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가량이다. 플래시를 막 배운 학생, 아마추어 제작자 등이 영리 목적도 아닌 게임을 제작해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오히려 돈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창작자들의 욕구를 정부가 나서서 꺾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주전자닷컴도 지난 25일 공지를 통해 “격려와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순수한 창작활동을 어른들의 잣대에 맞춰 훼방하는 모습에 답답하다”며 “아마추어 작품을 어떻게 돈을 내고 심의를 받으란 말인가요”라고 토로했다.

또 이들은 “대부분의 어린학생들은 ‘게임 만들고 싶어’ ‘그림 잘 그리고 싶어’라고 말은 하지만 주변을 보면 실제로 자신이 스스로 나서서 공부하고 만들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주전자닷컴의 여러분들은 전반적으로 어린나이에도 스스로 탐구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나아가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한편 게관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과 관련, “내부적으로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법 개정까지는 힘들겠지만,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전자닷컴에 대한 행정처분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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