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업계에 한국형 레몬법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업계 맏형 벤츠코리아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에 한국형 레몬법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차업계 맏형 벤츠코리아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달콤한 오렌지인줄 알고 구입했는데 신맛의 레몬이었다면 이를 판매한 주인은 바꿔 줄 의무가 있다.”

소비자 보호제도인 이른바 ‘레몬법’이 이러한 이름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이 제도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고, 소비자가 결함 또는 하자를 밝혀내기 어려운 자동차 분야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다. 차량을 구입하고 난 뒤 일정 기간 내에 같은 하자가 반복될 경우, 교환 또는 환불을 보장해주는 식이다.

국내에서는 2017년 관련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다. 강제조항 등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제도가 도입된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형 레몬법의 선두주자 역할을 한 것은 볼보자동차코리아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1월 21일 가장 먼저 레몬법을 적용키로 했다. 올해 1월 1일 이후 구입한 차량까지 이 제도를 소급 적용 중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줄줄이 동참했다. 한국지엠을 제외한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이 레몬법을 적용한 상태다.

이어 지난해 화재사고 관련 리콜로 홍역을 치렀던 BMW코리아가 레몬법 대열에 동참했고, 가장 최근엔 한국닛산도 가세했다. 최고급 브랜드 롤스로이스 역시 한국형 레몬법을 준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입차업계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벤츠코리아는 레몬법 적용 여부와 관련해 “관련 법령 및 중재 규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관련 사항을 국토교통부에 서면 질의하고, 이에 대한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레몬법 시행을 앞두고 충분한 기간과 간담회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때 BMW에 가려 2인자 신세였던 벤츠는 2016년 처음으로 연간 판매실적 1위에 오른 이래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BMW가 주춤했던 지난해에도 7만대가 넘는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간 벤츠다. 특히 월간 판매실적에서 종종 르노삼성과 한국지엠까지 추월하며 국내 자동차시장 전반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형 레몬법 적용에 소극적인 벤츠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오래 전부터 계속돼온 ‘한국시장 무시’의 꼬리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더욱이 벤츠는 과거 ‘골프채 사건’을 비롯해 차량 결함을 놓고 소비자와 갈등 및 분쟁을 겪은 일이 적지 않았다. 레몬법 적용과 관련해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벤츠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해외국가에서는 레몬법을 적용하고 있다. 현지 규정상 레몬법이 강제 적용되는 측면도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을 차별대우한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벤츠코리아 측은 “다른 국가에서의 레몬법 적용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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