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홍숙희 기자] ‘PD수첩’이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부인인 고(故) 이미란 씨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으로 꾸며져 조선일보 대주주이자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방용훈의 부인 이미란 씨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와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이미란 씨는 2016년 9월 1일 새벽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투신 전 이미란 씨는 친오빠 이승철 씨에게 “너무 죄송하다”라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썼는데, 방용훈을 어떻게 이기겠냐. 겁은 나는데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라는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이와 함께 “남편이 없앨까 봐 보낸다”면서 유서를 찍은 사진도 보냈다.

이승철 씨는 다급히 실종신고를 했지만, 이미란 씨는 다음 날 가양대교 인근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이미란 씨가 남긴 유서에는 남편 방용훈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고백과 자녀들에 의해 사설 구급차에 실려 집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또 4개월간 지하실에서 투명 인간처럼 지내야 했다는 고백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란 씨는 유서를 통해 “시도가 실패로 끝나 살아남을 경우 방용훈이라는 남편이 어떤 가혹행위를 할지 죽기로 결심한 두려움보다 그게 더 무섭다”면서 공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미란 씨를 곁에서 지켜본 이들의 증언도 공개됐다. 이미란 씨의 집안의 전직 가사 도우미는 “지옥이었다”고 밝혔고, 이미란 씨가 다니던 스파 관계자도 “사모님이 매일 무섭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미란 씨 친정 식구들은 장례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승철 씨는 “우리에게 말 한마디 없이 부검 바로 다음날 화장을 해서 끝냈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울먹였다. 가족들은 고인의 유해를 찾기 위해 전국의 화장터를 뒤졌다고도 전했다.

또 이승철 씨는 이미란 씨가 이혼을 고려했었지만, 변호사도 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승철 씨는 “변호사들이 다 사건을 안 맡겠다고 했다”라며 “우리한테 이런 말을 했다는 자료 자체도 없애라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이미란 씨 친정은 고인의 사망 후 자녀들을 고소했다. 강제로 끌려서 내쫓겼다는 사망 열흘 전 고인의 몸에 상해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자녀들이 어머니를 다치게 했다며 ‘공동존속상해’ 혐의를 적용,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공동존속상해’ 대신 ‘강요죄’를 적용했다. 법조인들은 “피해자의 상처를 보면 상해에서 단순 강요로 죄가 바뀐 게 의아하다”며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의심했다.

방용훈 사장은 제작진과의 전화 연결을 통해 입장을 전했다. 방 사장은 “내가 뭐 때문에 이런 일을 당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남의 가정사를 갖고 함부로 하는 거 아니다”라고 불쾌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어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라며 “저는 사람하고만 말하고 싶다. 영어로 얘기해서 휴먼하고만 얘기하고 싶지 휴먼이 아닌 사람하고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사설 구급차에 강제로 태운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걸 강제로 보냈다고 얘기를 하냐”면서 “자실기도를 두 번씩이나 했다. 애들이 무섭지 않겠나. 그래서 친정에 가서 쉬다 오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용훈 사장은 이미란 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두 차례 자살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PD수첩’ 측은 이미란 씨가 우울증 진단을 받은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이미란 씨의 큰아들과 큰딸은 강요죄가 적용돼 지난 1월 징역 8개월의 유죄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방용훈 사장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 애들이 형 받은 것이 너무 억울하고 불쌍하다. 나쁜 사람 만드는 거 쉽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면서 PD를 향해 “녹음되고 있는 거 다 알고 있는데 편집하지 말고 확실하게 하라”라더니 “내가 당신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까. 이건 겁주는 것도 아니고 협박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