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한국당을 모두 비판하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지지도 상승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한국당을 모두 비판하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지지도 상승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거대양당을 모두 비판하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으나 지지도 상승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특히 중도층 표심을 겨냥하고 있으나 오히려 중도층 지지율이 빠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처럼 양극단은 아니더라도 이념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이른바 '모두까기'는 12일 김관영 원내대표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민주당의 반응에 대한 평가에서도 나타났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나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야당 대표로서 비판했지만 과한 면이 있었다"면서도 "국회는 그런 얘기들을 들어야하는 자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으로 비유한 외신 기사를 인용했는데, 이로 인해 민주당의 격한 반발로 약 25분동안 발언을 하지 못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아울러 "과거 미국 언론에서 나왔던 얘기 아니냐"며 "그런 얘기 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에서) 좀 과민한 반응이 아니었나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달 공전 후 국회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 국민들께 얼굴을 들 수 없다"며 "거대양당이 이렇게 진영싸움 하면서 좌파니 보수니 싸우는 건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양당 모두를 비판했다.

이는 '범여권'으로 불리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비교하면 큰 온도 차가 감지된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리민복에는 철저하게 무능하면서 싸움 거는 데만 능한 한국당의 대표연설은 한국당이 탄핵 이후 단 한 치도 혁신되지 못했고, 수십 년 이어져 온 대표적인 보수정당임에도 더 이상 수권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줬다"라며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였다"고 비난했다.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있어서는 안 될 막말이 제1야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라고 일축했다.

바른미래당은 선거제 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범여권과 공조를 하면서도, 재판청탁 의혹의 서영교 민주당 의원과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의 손혜원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청문회 및 국정조사 부분에서는 한국당과 공동 전선을 펼치고 있다.

또한 1월 국회가 민주당, 2월 국회가 한국당의 보이콧으로 각각 열리지 않은 것을 놓고 거대양당을 비판하며 각종 민생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념 정체성을 벗어나 '일하는 국회'를 내세우며 중도층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중도층이 오히려 한국당으로 빠져나가는 등 기대했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해 발표한 '3월 1주차'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을 지지한 중도층은 8.2%로 지난주(11.3%)보다 3.1%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당을 지지하는 중도층은 25.4%에서 31.0%로 5.6%p 늘어났다. <조사기간 3월 4~8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2,518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응답률 6.7%. 기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바른미래당의 지지도가 6~8%대에 정체된 원인으로 고질적 문제인 당의 정체성 문제가 꼽힌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모두 아우른다는 스탠스가 오히려 당의 확장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2월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연찬회에 이어 지난 8일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도 지적됐다.

권성주 전 대변인은 "차갑다-뜨겁다는 극단적 이분법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시원하다-따뜻하다의 구분은 되어야 한다"라며 "그래야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나, 더위에 목마른 사람들의 선택을 받든 하지 않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선언문에 있는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가 창당 정신이며 본래의 노선"이라며 이를 왜곡하지 말고 창당정신대로만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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