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0대 총선 출마 당시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모습. /뉴시스
2016년 20대 총선 출마 당시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근무하는 것인가?”

지난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야당의원들이 끈질기게 물은 질문이다.

시작은 자유한국당 이현재 의원이었다. 그는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에게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언급하며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는 것을 전제로 임명된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자유한국당 소속의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은 아예 손창완 사장을 발언대로 불러냈다.

이후 이현재 의원은 손창완 사장을 향해 같은 질문을 끈질기게 캐물었다. 이에 손창완 사장은 “우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의원님 말씀에 공감한다”, “우선 저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 출마 계획에 대한 의사를 명확히 밝혀달라는 요구에도 이처럼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놨다.

이현재 의원은 아예 “안 나간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손창완 사장은 “당장은 우선 그렇게 이해하셔도 된다”고 답했다. 끝까지 ‘당장은’이라는 전제를 달며 확고한 답변은 피한 것이다. 결국 이현재 의원은 “그렇게 애매하게 말을 하는 것은 지금 애들 장난하는 것이냐”라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다음 질의 순서인 무소속 이용호 의원 역시 손창완 사장을 발언대에 세웠다. 그리곤 소신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손창완 사장은 ‘현재로서는’이란 전제를 달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의원들의 질문 세례에 대한 답변도 다르지 않았다. 명확한 답변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과 빠져나갈 구멍과 함께 답변하는 손창완 사장의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끝내 손창완 사장은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거나 “출마하지 않겠다”는 식의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촌극은 정치권 출신 낙하산 사장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손창완 사장은 경찰 출신이지만, 경찰을 떠난 뒤엔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16년부터 더불어민주당 안산시 단원구을 지역위원장을 맡아왔고, 그해 제20대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손창완 사장은 선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손창완 사장은 취임 이후에도 자신의 SNS를 ‘선거모드’로 유지해 뒷말을 낳기도 했다.

공공부문 수장으로 재직하다 출마를 위해 임기를 채우지 않고 떠나는 이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질문세례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려를 표하며 질문을 쏟아낸 것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라는 점 역시 씁쓸함이 남는 대목이다. 역시 낙하산 꼬리표를 달고 2013년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던 김석기 전 사장은 이후 임기를 채우지 않고 물러난 뒤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바 있다. 당시 그가 속했던 정당은 다름 아닌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이었다. 김석기 의원은 현재도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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