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을 향한 정‧재계의 시선이 불안하다. 첩첩산중, 악재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서다. 당장 최태원 회장이 1심 선고공판이 예고돼 있다. 최근 법조계가 재벌 총수들에 대한 '선처주의'를 깨고 '엄벌주의'로 기조를 전환한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재벌가에 대한 재판의 첫 테이프가 최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인 탓에 매서운 회초리가 예상된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그룹의 현주소를 점검해봤다.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1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결심공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08년 말께 SK텔레콤, SKC&C 등 SK그룹 계열 18개사가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그룹 임원들의 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것처럼 속여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검찰이 주장하고 있는 최 회장의 횡령액은 총 636억여원이다.

오는 31일 2시에 최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최 회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은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돼 있다가 “기록과 관련쟁점의 면밀한 검토가 추가로 요구된다”는 재판부 판단에 따라 이달 31일로 변경됐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선고에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 이후 준비돼 있는 재계 총수들의 재판에도 이번 판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선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SK그룹 측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차기 정부를 이끌어가게 된 점에 상당히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 당선자가 "경제발전 기여 등을 명분으로 재벌 총수의 경제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던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한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당선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에 대해서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하고 사면권 행사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횡령 등 기업범죄는 반드시 징역형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인데, 박 당선자가 평소 원칙과 약속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정재계에 불어닥친 ‘경제민주화’ 바람은 SK그룹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재계 총수들에 대해 '선처주의'를 내세웠던 법원 역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외없는 원칙과 엄벌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법원은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4년과 벌금 50억이라는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역시 항소심에서 징역 4년 6월 및 벌금 10억원을 선고 받았다. ‘재벌총수=집행유예’ 공식이 깨진 것이다. SK그룹 역시 최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를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11월 22일 진행된 최 회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한 것이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당시 검찰은 최 회장에게 징역 4년형을 구형했다. 양형 기준 내 최고 하한에 해당하는 형량이다. 현행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때 가능한데, 감경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형기의 2분의 1로 줄어든다. 쉽게 말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4년에서 재판부가 한 가지 감경 사유만 인정하더라도 ‘2년 이하의 징역 내’에서 선고형이 결정돼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검찰이 '봐주기 구형'을 했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SK그룹 입장에서는 최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의 가능성은 열렸지만 이로 인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면서 오히려 선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쯤되자 외부에서는 SK그룹이 '오너 구출하기' 일환 중 하나로 '언론'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상당수 언론에서는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최 회장에 대한 호의적인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해외시장 공략에 발 벗고 나서고 있으며, 그룹의 총수로써 군림하지 않고 자율경영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이는 구형 및 선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SK그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룹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캠페인 등은 내부일정에 따라 계획되고 진행되는 것이지 선고공판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그리고, 그런 프로젝트들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료조사와 분석 등을 거쳐 완성된 플랜으로, 최 회장의 재판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을 향한 정‧재계의 시선이 불안하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SK그룹의 현주소가 암울해서다. 특히 올해는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 40주기이기도 하다. 그룹 총수가 재판중인 것도 상당한 불안요소인데, 여기에 새정부들어 재벌 총수들에 대해 ‘선처주의’를 보였던 법원이 최근 ‘엄벌주의’로 전환한 기조가 역력해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더구나 최태원 SK회장에 대한

올해는 SK그룹 창립 60주년이다.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 40주기이기도 하다. 그룹 입장에선 창사 이래 최대의 '잔치'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먹구름만 잔뜩 낀 상황에서 회사 측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정치권을 비롯해 법조계, 심지어 시민사회까지도 어느 누구하나 '아군'이 없어 보이는 가운데, 오는 31일 예정된 최 회장의 1심 선고공판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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