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의 내수부진이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한국지엠의 내수부진이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만230대. 한국지엠이 지난 1~2월 국내에서 기록한 판매실적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2016년(2만696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실적 부진으로 신음했던 지난해와 비교해도 25%나 감소한 수치다.

한국지엠의 내수부진이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뒤숭숭했던 지난해를 뒤로 하고 올해 반등을 노렸지만, 실적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연초부터 공격적으로 선보인 할인마저도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 1월엔 르노삼성자동차는 물론 수입차 벤츠에게마저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무엇보다도 기대했던 신차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해 경영정상화 추진 이후 출시한 이쿼녹스는 올해 두 달 간 285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경상용차 다마스의 한 달 판매실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쿼녹스는 출시 이후 줄곧 기대 이하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부분변경모델로 출시한 말리부의 판매실적도 월간 1,000여대 수준에 그치고 있는 모습이다. 신형 쏘나타가 출격을 앞두고 있는 만큼, 판매실적이 더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타개책도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지엠은 신차 출시를 통해 내수시장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구체적인 모델도 확정했다. 하지만 모두 수입방식으로 판매할 방침이다. 한계가 뚜렷한 방식이다.

한국지엠은 현재 이쿼녹스와 임팔라, 카마로, 볼트EV 등을 수입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전기차인 볼트EV는 제외하고, 이쿼녹스와 임팔라는 수입방식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한 바 있다. 임팔라는 출시 초기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수급 문제를 넘지 못했고, 이쿼녹스는 가격 및 상품성 경쟁에서 국산 SUV에 밀렸다.

한국지엠이 상반기 내로 선보일 예정인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역시 이러한 한계를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욱이 대형SUV 트래버스는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픽업트럭 콜로라도는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 등 가성비가 뛰어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다.

결국 국내생산 신차 출시가 한국지엠의 내수부진을 해결할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한국지엠의 행보엔 물음표가 붙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R&D법인 분리로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차세대 준중형SUV 및 CUV의 개발과 생산을 우리나라에 맡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준중형SUV 개발을 중국으로 이전한 것으로 알려지며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지엠은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한 것일 뿐 한국을 주요 개발 및 생산 거점으로 삼는 데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측의 단체협약 개정 제안 내용을 비판하며 “국내 신설법인에 배정하기로 했던 신차개발 물량을 중국으로 넘기는 등 신설법인 설립 전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논란은 한국지엠을 향해 끊임없이 제기돼온 ‘철수설’을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내수부진 탈출을 위해 신뢰 회복 및 부정적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지만,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신차 출시로 분위기 전환을 노리겠다고 하지만, 트래버스와 콜로라도가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우선은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등의 논란으로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이를 위해선 한국과 관련된 입장 및 계획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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