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1년을 넘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 90일간 상호 관세 부과 및 수입 제한 조치 등을 유예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양국의 정상 회담 등 일정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무역 분쟁이 본격화 되기 이전인 재작년 11월 중국 인민대회당에 참석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란히 걷고있는 모습이다./뉴시스
미‧중 무역분쟁이 1년을 넘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 90일간 상호 관세 부과 및 수입 제한 조치 등을 유예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양국의 정상 회담 등 일정이 발표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무역 분쟁이 본격화 되기 이전인 재작년 11월 중국 인민대회당에 참석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란히 걷고있는 모습이다./뉴시스

[시사위크=주용현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각자의 셈법과 타협점은 무엇일까.

◇ 미‧중 무역분쟁 1년, 더 장기화 될 수도

작년 3월 미국은 무역 불균형을 주장하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ZTE(중국 국영통신장비사)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고 다른 품목에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분쟁을 가시화했다. 여기에 맞서 중국은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면서 양국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관세(상호 동일하게 부과하는 관세) 및 보복 관세(자국의 수출품이 해당국에서 차별 받는 경우 해당국의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의 범위를 늘려왔다. 작년 4월 미국은 1,300개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1,000억달러 추가 관세를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고 미국 수입품 128개에 관세를 부과했다.

세 차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상호 강경한 대응은 더 수위가 높아져갔다. 지난해 9월 미국은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 부과를 실시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600억달러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이 치고 중국이 받으며 출혈이 커질 조짐이 보이자, 양국 정상은 지난해 12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90일간 추가 관세 부관 중단하고 무역협상을 열겠다고 합의했다. 다만 아직까지도 정상회담 일정이 나오지 않으면서 분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협상의 우위를 쥐고있다. 상대국 총 수입규모와 수출 의존도 모두 중국에 불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분쟁 외 이슈도 같이 해결하고자 하는 포괄적 협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올해 1월 백악관 집무실에 방문한 중국 휴허 부총리를 만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이 협상의 우위를 쥐고있다. 상대국 총 수입규모와 수출 의존도 모두 중국에 불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분쟁 외 이슈도 같이 해결하고자 하는 포괄적 협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올해 1월 백악관 집무실에 방문한 중국 휴허 부총리를 만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다./뉴시스

◇ 미‧중 무역협상에서 우위는 ‘미국’ 

이런 가운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하 무역연구원)은 최근 게임이론으로 양국 분쟁 향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 발표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하 무역연구원) 연구보고서 ‘게임이론으로 본 미‧중 무역 분쟁의 향방’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미국의 리드’로 진행되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국 수입규모는 5,063억달러다. 현재 관세 제재를 제외하고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의 남은 ‘총알’은 2,50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중국의 대미국 수입은 1,551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이 작년 9월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했지만, 중국은 600억달러 미국 수입품에 5~10% 관세를 부과하는 선에 그쳤다.

수출도 중국은 미국과 겨루기에 불리하다. 작년 기준 미국이 중국으로 수출한 규모는 미국 전체 수출 중 7.9%였으나,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9.2%에 달했다. 즉, 같은 보복으로 인한 자국 수출 기업 타격은 중국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우위를 기반으로 미국 행정부는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무역연구원은 분석했다. 미국은 무역법(Trade Act)과 무역확대법(Trade Expansion Act)을 근거로 △관세조치 △수입제한 △수입 쿼터 제한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를 탈퇴하고 중국의 불법보조금 지급을 WTO에 제소하는 등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단순히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포괄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무역연구원은 설명했다. 중국의 제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 △불법 보조금 △환율 등 금융정책 등에 대해서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사안이 이질적이고 포괄적일수록 양자 간 완전 타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미‧중 무역분쟁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했다. 짧게 보면 협상 가능성이 낮고, 게임이 무한히 반복되면 상호 피해액이 커져 협상 유인이 늘어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세계 패권을 고려한다면 무역분쟁 해결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5일 발행된 한국무역협회 연구보고서 '게임이론으로 본 미‧중 무역 분쟁의 향방' 속 미‧중 패권 경쟁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중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는 경우라도, 미국이 결국 채무불이행 수단을 통해서 미국 패권을 강화하거나 유지 할 수 있다고 국제무역연구원은 전망했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보고서 '게임이론으로 본 미‧중 무역 분쟁의 향방' 속 '미‧중 패권 전쟁 시나리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미‧중 무역분쟁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했다. 짧게 보면 협상 가능성이 낮고, 게임이 무한히 반복되면 상호 피해액이 커져 협상 유인이 늘어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세계 패권을 고려한다면 무역분쟁 해결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5일 발행된 한국무역협회 연구보고서 '게임이론으로 본 미‧중 무역 분쟁의 향방' 속 미‧중 패권 전쟁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중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는 경우라도, 미국이 결국 채무불이행 수단을 통해서 미국 패권을 강화하거나 유지 할 수 있다고 국제무역연구원은 전망했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보고서

◇ 게임이론으로 보니... 무역 ‘협조 가능성’, 패권문제 ‘비협조’

무역연구원은 ‘게임이론’으로 무역 갈등을 해부했다. 이론의 대표 사례인 ‘죄수의 딜레마’는 2인 이상의 선택과 맞물린 갈등 상황에서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만을 하는 게임 참가자(Player)는 상호 배신해 더 열등한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신뢰를 가정하면 결과는 바뀐다. 신뢰를 기반으로 모두가 좋은 결정(Win-win)을 할 수 있다면, 상호 협력 할 수 있다. 물론 결과는 이전(상호 배신)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죄수들은 ‘내가 신뢰하고 상대가 배신하면 더 큰 피해(형량)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결국 ‘배신(자백)’을 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선택의 균형점들을 ‘내쉬균형’이라 부른다.  

무역 분쟁 당사자 미‧중을 게임의 비협력적(신뢰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 참가자라 가정하고, 게임을 좁게 관세 부과나 규제로 인한 피해만 고려한다면 ‘상호 높은 관세 부과’가 내쉬균형이 된다. 

예컨대 중국 협조(관세 인하, 규제 철폐)라는 전제 아래, 미국의 협조와 비협조(관세와 규제 유지 또는 확대) 선택지 중 자국 이득이 더 큰 방향은 ‘비협조’다. 중국은 대미 상품 수입을 확대하는 와중에 미국은 관세를 유지하거나 대중국 수입을 규제하면, 미국의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감소하기에 미국의 우월한 선택은 배신(비협조)이다. 중국이 비협조 한다고 가정해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비협조가 우월한 선택지다. 

중국과 미국을 바꿔 생각해도 중국 또한 비협조가 우월한 전략이 돼, 양국 간의 갈등은 지속되고 세계교역은 급랭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무한’이라 보면 내쉬균형이 상호 협조로 바뀔 수 있다고 무역연구원은 분석했다. 미‧중은 일단은 신뢰한 다음, 상대방이 배신하면 그 다음 게임부터 배신할 수 있다. 비협조 상태(상호 관세와 규제 유지)로 게임이 무한히 반복된다면, 자국 경제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대해 질 수 있기에 상호협력의 유인이 생기는 셈이다.  

실제로 무역분쟁 초반에는 미‧중은 상호 관세 및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강 대 강’(상호 비협조) 형태로 지속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화에 따른 각국의 피해가 커지며 ‘협조’라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 치열한 눈치싸움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이 ‘무역 협상’이 아니라 ‘세계 패권(기존 질서 유지할 수 있는 힘)’이라 한다면, 양국은 비협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무역연구원은 전망했다. 연구원은 G2간 상호 피해가 확대돼도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확신이 있다면 비협조를 선택할 유인이 더 크다고 밝혔다.

예컨대 기존에 상호 비협조라는 균형점에서 미국의 피해가 -100이라고 가정하고, 미국이 협력으로 태도를 바꾸지 않고도 ‘세계 패권 유지’라는 긍정적 요인이 생겨 피해 규모가 -20이라면, 기존 균형점 보다 피해가 80만큼 적기 때문에 상호 협력으로 균형점 이동이 어려워진다.

이어 미‧중 무역분쟁 시나리오 중 미국 패권이 약화되는 경우라도, 미국이 ‘채무불이행’(보호주의)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세계패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원은 전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최소 협상안은 무역 불균형 해소라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와 보조금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얼만큼 요구할지에 따라서 분쟁 해결의 시기와 내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국무엽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국제무역연구원은 미국의 최소 협상안은 무역 불균형 해소라고 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적재산권 보호와 보조금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얼만큼 요구할지에 따라서 분쟁 해결의 시기와 내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표는 연구보고서에 첨부된 '핵심 쟁점사안별 중국의 대응'이다. 무역 불균형 외에도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한국무엽협회 국제무역연구원

◇ 무역 분쟁의 주요변수는 ‘포괄성’

무역연구원은 양국이 협조와 비협조 사이의 절충점을 찾는 수준에서 합의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세계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절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미국의 최소 절충점은 무역 불균형의 시정이라고 덧붙였다. 

무역불균형 해소는 합의안에 최소한 포함되고, ‘어느 이슈까지 포괄해서 합의 할 지’가 향후 무역 분쟁의 주요 변수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구조적 문제인 △지식재산권 △보조금 △환율 등 요인에 대해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합의안을 마련해도 ‘이행’의 문제가 남아있다. 무역연구원은 미국 입장에서는 합의안 불이행시 자동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등의 ‘페널티 매커니즘’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신용카드 등 시장을 개방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2010년 미국이 WTO에 중국을 제소했던 전력이 있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연구원은 경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수입 확대 품목을 농산물(대두, 옥수수 등)과 액체천연가스(LNG)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이 체면치레할 수 있는 탈출구를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하지만 ‘트럼프 변수’로 인해 구조적 이슈에 대한 해결을 강조한다면 협상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상호 합의안 이행 확인과 패널티 적용과 관련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중 무역분쟁은 재발 가능성을 품고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면 국내 수출에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내 제조업 보조금 지급에 제동을 건다면, 한국 기술력에 경쟁력을 갖출 시간이 확보될 수 있다고 국제무역연구원은 판단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의 모습이다./뉴시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면 국내 수출에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내 제조업 보조금 지급에 제동을 건다면, 한국 기술력에 경쟁력을 갖출 시간이 확보될 수 있다고 국제무역연구원은 판단했다. 사진은 부산항 신선대부두의 모습이다./뉴시스

무역연구원은 무역협상이 국내 경제에 단기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무역수지 균형을 위해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확대하는 경우, 수출 경합도가 높고 수입전환 가능성이 큰 제품군들은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 하다고 봤다. 

하지만 중국 산업정책 ‘중국 제조 2025’ 등 중국 산업정책에 제동이 걸리면, 중국의 빠른 기술 추격에 쫓기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유리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진단했다. 미국이 협상안에 ‘중국 산업 내 불법 보조금 지급 제재’를 포함하면 중국의 기술 추격을 다소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무역연구원 관계자는 “무역분쟁은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는 점에서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이 크다”며 “미국이 중국을 상태로 벌이는 이번 무역 협상은 향후 양국 관계를 결정할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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