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뒷자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용 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뒷자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국가안보실 2차장 산하 외교정책비서관에 박철민 주포르투갈 대사를 임명했다. 박철민 신임 비서관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대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주유엔대표부 참사관, 외교부 국제기구국 협력관, 유럽국 국장을 거쳐 주포르투갈 대사를 역임한 다자외교 및 유럽통으로 평가된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달 28일 안보실 1차장에 김유근 국방부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을, 2차장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각각 임명한 바 있다. 지난 6일에는 안보전략비서관에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평화기획비서관에 최종건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을 임명하는 등 후속인선을 단행했다. 지난해 임명된 박웅 사이버정보비서관과 서호 통일정책비서관을 포함하면, 정의용 안보실장을 제외한 안보실 인사 전원이 교체된 셈이다.

◇ 비핵화 협상을 ‘외교’ 문제로 접근

청와대 안보실 직제는 장관급 안보실장 밑에 두 명의 차관급 차장을 두는 형태다. 수석이 아닌 ‘차장’이라는 명칭을 두는 것은 조직의 통일성이 필요한 업무특성이 반영됐다고 한다. 1차장은 국가안보를 담당하며 산하에 안보전략비서관과 국방개혁비서관, 사이버정보비서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등 4명의 비서관을 두고 있고, 2차장은 외교통일 분야를 담당하며 산하에 외교정책비서관과 통일정책비서관이 위치해 있는 형태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최근 인사교체와 함께 기존의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을 폐지하고 평화기획비서관을 신설해 2차장 산하에 두도록 하는 안보실 직제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1차장과 2차장 산하에 각각 세 개의 비서관실이 있는 형태가 됐다.
 
특징은 ‘비핵화 협상’을 주로 담당하는 평화기획비서관이 2차장 산하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북한 핵 문제를 안보 측면이 아닌 외교·통일의 시각에서 접근해 풀어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 대응 강화와 한미동맹의 안정적 관리 업무 등의 효율적 수행을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발탁된 인사들을 살펴보면 대미 협상을 중시한 문 대통령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물론 김현종 2차장이나 최종건 비서관은 미국통 외교관 출신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미국과 통상·안보 분야 협상을 담당해왔던 인물들이다. 특히 김현종 2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FTA guy’라고 불렀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미국 내에서 잘 알려져 있다.

동시에, 다자외교의 균형감을 갖추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박철민 주포르투갈 대사를 외교정책비서관으로 임명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은 취임 4강 의존도를 줄이고 외교통상 다변화 필요성을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무엇보다 다자외교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지지하도록 함으로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압박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국가 정상들과의 외교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점을 말했으며,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하노이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며 대세임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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