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화학과 이수엑사켐의 거래규모가 지난해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그룹
이수화학과 이수엑사켐의 거래규모가 지난해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그룹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일감몰아주기로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는 이수화학이 지난해 문제의 계열사인 이수엑사켐과의 거래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수화학과 이수엑사켐의 지난해 거래규모는 1,160억원이다. 2016년 879억원, 2017년 968억원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을 뿐 아니라, 증가 폭도 컸다.

이수엑사켐은 화학제품 전문 판매 업체다.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제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유통사업을 한다. 여기서 이수화학은 이수엑사켐의 핵심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 전체 매출원가에서 이수화학으로부터 사들이는 제품 규모가 60%를 넘는다. 이렇게 사들인 제품을 재차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따라서 이수화학과 이수엑사켐의 거래 증가는 이수엑사켐의 매출 및 수익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다만, 비상장사인 이수엑사켐의 지난해 매출 등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수엑사켐에 대한 이수화학의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수화학은 다른 거래처와 달리 유독 이수엑사켐의 매출채권을 더디게 회수하고 있다. 쉽게 말해, 외상값을 천천히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이수화학의 영업부서 혹은 중간판매상 역할을 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수엑사켐은 김상범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따라서 이수엑사켐이 실시하는 배당은 고스란히 김상범 회장 개인에게 향한다. 2017년엔 배당이 없었지만,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김상범 회장에게 향한 배당금만 50억원이 넘는다.

이로 인해 이수그룹은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특히 현 정권이 일감몰아주기 문제 해결을 위해 칼을 빼든 지 3년여가 지났음에도, 이에 동참하기는커녕 거래규모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중견기업으로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수엑사켐을 통한 김상범 회장의 사익추구가 앞으로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해소가 어느 정도 이뤄진 가운데, 공정위가 중견기업으로 시야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달 초 업무계획 사전브리핑 자리에서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겠다”고 강조하며 “자산 2조~5조원 상당 중견그룹의 부당지원행위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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