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산불 심각성 정확하게 몰랐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을 위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 뉴시스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을 위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강원도 속초·고성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도 자유한국당이 국가재난대응 총책임자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밤늦게까지 국회 운영위원회에 붙잡아 논란이 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산불) 심각성을 정확하게 몰랐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전날인 4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청와대 비서실 업무보고를 받았다. 당초 정의용 실장은 내주 있을 한미정상회담 준비로 이석을 요청했으나 한국당이 반대해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도 지역 산불이 확산돼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언론 보도는 오후 7시 55분쯤 보도되기 시작했다. 운영위는 저녁식사 후 9시 20분쯤 재개됐다.

운영위원장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고성 산불이 굉장히 심각하다. 속초 시내에서 민간인 대피까지 시키고 있다. 정의용 실장이 위기 대응의 총 책임자이기도 하고 (야당 의원들에게 정의용 실장의 이석에 대해) 양해를 구했더니 안 된다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국회에서 지금 대형사고 산불이 생겼는데 대응해야 할 책임자를 이석시킬 수 없다고 잡아놓는 게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외교 참사(문제가) 더 크다”며 산불에 대한 대응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대미 외교 문제를 따져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홍 위원장의 정의용 실장 이석 요구에 대해 “위원장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여당 원내대표로서가 아니라 위원장 자격이다. 공정하게 해달라”며 “우리는 ‘안보실장은 우리가 질문을 할 때까지 좀 계시고 관련된 비서관은 가도 좋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가 뭔가 방해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면 안 된다. 우리도 최대한 정의용 실장이 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했다.

이후 한국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고 정의용 실장은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이석할 수 있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를 더 받다가 11시 30분이 돼서야 이석했다.

민주당에선 질타가 이어졌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운영위에서 위기에 대응해야 될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국회에 발이 묶여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우려할 장면이 연출됐다”며 “홍영표 원내대표가 여러 차례 호소하고 위기대응에 임할 수 있도록 한국당에 부탁했지만, 한국당은 상당히 늦은 시간까지 핵심인력을 붙잡아뒀다.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것 아닌가 씁쓸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 공개발언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운영위가) 7시 45분 정도에 (저녁식사를 위해) 정회했다. 정회할 때까지도 회의에 집중하느라고 산불을 알지 못했고 그때까지는 전혀 저희에게 산불로 인한 이석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9시 20분에 회의가 재개했고 홍영표 원내대표가 산불 이야기를 했다”며 “심각성을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질의가 길어야 30분이라고 생각해서 하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는 “저희로서는 유감이다. 당시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다면 이석에 대한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씀은 없었다.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며 “어쨌든 이후에 저희 질의를 하고 (정의용 실장이) 이석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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