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강원도 지역 산불 피해 현황 및 복구 지원 관련 현안 보고에서 정문호 소방청장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강원도 지역 산불 피해 현황 및 복구 지원 관련 현안 보고에서 정문호 소방청장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강원도에 국가적 재난 수준의 산불이 발생한 이후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은 지난해 11월 관련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시행 일자까지 논의됐다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의결되지 못해 여전히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현재 국가직·지방직으로 이원화돼 있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하되 인사권·지휘권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그대로 남기는 내용이다.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전체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은 631명(1.3%)이지만, 지방직은 4만 9,539명(98.7%)이다. 때문에 국가직과 지방직에 따른 편차가 크고, 같은 지방직의 경우에도 지자체별 재정 여건이 상이해 현장 인력과 장비, 처우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공무원의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소방인력과 장비 등에 대한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여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쟁점이 크게 있는 법안이 아닌 만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처리되어 올해 7월부터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요청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6일 취임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연 강원도 산불 관련 현안보고에서 “(이번 강원도 산불을 계기로) 소방관 국가직화를 비롯해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욱 확고히 해야겠다는 믿음이 강해졌다”며 “(소방공무원의) 장비나 여러 처우 개선이 이번 기회에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 “국가직 전환 필수” vs “정부 논의 미흡”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위해서는 관련 법안인 소방공무원법, 소방기본법, 지방공무원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등 4개 법안이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이들 4개 법안은 지난해 11월 28일 관련 상임위인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행안위 위원들은 소방공무원 국가직화 시행일을 2019년 7월 1일로 하자는 데까지 논의를 진전시켰지만 여기에서 협의가 멈췄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소위에서 “소방청 공무원들이 다 국가직이 되면 이것을 교부세로 지방에 내려 보내는 방식이 맞는지 그 부분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소방공무원 전체를 소방청장이 국가직으로 관리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가면서 교부세를 하는 것은 법 형식에 맞지 않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다. 이후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에 반대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법안 심사 도중 자리를 뜨면서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처리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반대로 법안 처리가 지체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소방직 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안이 상정되어 처리 직전까지 갔으나, 한국당 지도부가 갑자기 ‘오늘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시하면서 의결 직전에 법안 처리가 무산되었다”며 “우리 당은 야당과 협의해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등 관련 법안 처리를 협의하겠다. 한국당도 더 이상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채익 한국당 의원은 이날 행안위 현안보고에서 “우리 당 원내지도부 반대로 (법안소위 통과가) 안됐다고 하는데 매우 유감이다. 우리 당은 국가직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직화 문제를 두고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의견 조율이 굉장히 미흡했다. 업무 역할의 구체적 배분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안 개정에 신중함을 기했을 뿐이라는 의견이다.

같은 당 이진복 의원도 “법을 얼렁뚱땅 만들어 넘겨주면 갈등만 더 증폭된다. 기재부의 재정문제, 행안부와 소방청의 인사권 문제 관련 갈등 해소 방안을 요구했는데 (관계 기관이) 보고하지 않았다”며 “국가직이 아니면 불을 못 끄는가. 국민을 호도하며 선동식으로 하지 말라”고 질책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