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불교 회화(佛敎繪畫)’를 줄여서 불화라고 한다. 사찰 법당에 모셔 놓은 부처님 그림을 포함하여 보살과 나한 신중 등을 그린 불교 관련 그림이나 절을 장엄하게 하기 위한 일체의 그림을 일컫는다. 예배용이나 교화용 그리고 장엄용으로 사용되는 불화는 벽화나 천정화 등 고정된 그림과 함께 우리가 친숙하게 접하는 탱화와 경전에 그려진 경화 등이 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 좋아했던 현승조 작가는 고교 시절 은사이신 동양화가 고운산 선생님이 보여준 전통회화 화집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비단에 그려진 각종 화려하고 섬려한 천연채색 그림들 중에서 고려 불화를 처음 접했다. 그 섬려한 불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그에게 선생님은 학교 선후배 관계였던 용인대 이태승 교수를 추천해주셨다. 그렇게 만난 지도교수 이태승 화백은 제자에게 인물화, 산수화, 영모화, 화조화 등을 오롯이 한 화면에 담아낼 수 있어야 조화로운 불화를 그릴 수 있다고 가르쳤다. 때문에 현작가는 지금도 그림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화면 안에서 조화롭게 불교의 사상을 구현함을 화두처럼 새겼다고 한다.

사진은 한국화를 그리는 현승조 작가의 모습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사진은 한국화를 그리는 현승조 작가의 모습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대학 2학년에 비로소 시작된 이태승 지도교수의 수업은 일주일 내내 예습을 안하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엄격했지만, 본격적으로 전통채색기법과 불화를 배운다는 즐거움이 컸고, 지금도 옛 그림 모사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연구하고 즐김에 있어서 모사와 사생 그리고 창작의 구분을 가르지 않고 있다는 현작가는, 새로운 창작만을 강요하는 시선은 그림을 배우고 즐기는 이들에게 오히려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이는 고교 때부터 너무나 좋아하고 감명 깊었던 고려불화를 재현하는 것이 여전히 그의 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법고창신의 각오로 언젠가 고려불화에 버금가는 그림을 꼭 그리겠다는 의지가 범상치 않다.

오랫동안 한성대 등에서 전통불화와 채색화 강의를 해 온 현작가는 교학상장이라는 말처럼 가르치는 것이 공부가 되었다고 전한다. 수강생 연령이 다양하며 열정 또한 매우 크셔서 여러 작품의 연구와 실험의 빠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딱히 선생, 제자라기 보다는 그냥 동학이라고 생각하고 함께 작업한다고 한다.

사진은 현승조 작가가 최근에 그가 그린 수월관음도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사진은 현승조 작가가 최근에 그가 그린 수월관음도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서울 인사동 무우수 아카데미에서 만난 그의 옆에는 고려불화 수업을 배우는 한 중년의 한국화가가 함께 했다. 그림을 전공한 그녀는 미국 유학시절에 우수한 우리 불화를 접하고 본국에 있을 때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피한 것을 후회했다. 석채(돌가루)와 천연 염료, 순금가루 등의 재료와 채색 기법은 그녀가 해왔던 그림과는 다르게 매우 섬세하고 정교하기에 따로 공부를 해야 했다. 다른 수업에 가면 재료나 표현기법 등을 잘 안 알려주기도 하지만 현승조 작가는 자신만이 터득한 방법조차도 전혀 숨기지 않고 친절하게 다 전수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들 불교회화는 도상(圖像) 내용 등 경전을 모르면 감히 못 그린다. 아니 감히 시작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나같은 사람이 어떻게 감히 부처님을 그릴 수 있겠냐는 저항감조차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한다. 하지만 순수하게 불화를 그려보고 싶을 때는 종교적인 무게감을 내려놓고 회화나 예술의 영역에서 시작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현 작가는 전한다. 마음을 비우고 부처님 그림이라는 생각도 놓고 불교라는 종교도 내려 놓는 경지도 역시 무념무상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지금 불교회화를 그리고 싶다면 얼른 현승조 작가를 만나야 할 듯 싶다.

현승조 작가는 제주도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용인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하고 동대학 예술대학원에서 불교회화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2008년 라메르 갤러리에서, 그리고 2013년 스페이스선+ 갤러리에서 두 번의 초대전을 했으며, 2017년 뉴욕에서 고려불화의 신비 초대전 등 20여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문화재수리기능자(모사공)로서 현재, 간송미술관 연구원으로 전통문화대학교와 서울 인사동 무수아카데미, 겸재정선미술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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