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주식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뉴시스
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주식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향해 여당 의원들조차 쓴소리를 내뱉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0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고 이미선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했다. 검증 과정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 맡았던 재판과 관련된 회사의 주식을 거액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자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해명을 요구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이미선 후보자는 부부재산 42억 6,000여만 원 중 약 83%(35억 4,887만 원가량)를 고위험성 주식에 집중 투자했다. 특히 부부가 OCI 계열 코스닥 상장사인 이테크건설이나 삼광글라스 등 주식을 보유하며 OCI 등 관련 회사의 재판을 맡았던 것이 문제가 됐다. 이미선 후보자의 배우자도 법관 출신이기 때문에 법조인 부부가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기업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미선 후보자는 배우자가 투자 종목을 선정해줬고 대부분의 주식 거래를 배우자가 맡아서 관리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는 “저는 재판 업무에 매진하며 거의 배우자에게 재산관리를 맡겼다”며 “제 명의로 주식을 매입한 것이 2011년부터고 남편은 2001년부터다. 배우자가 종목이나 수량을 정해 제 명의로 거래했다”고 답했다.

◇ 민주당 “왜 이렇게 주식이 많아요”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제가 검사가 될 때, 주식을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국민은 판·검사 정도면 고위공직자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국가·기업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어서 판·검사는 주식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헌법재판관은 더욱이 고도의 윤리성을 갖춰야한다는 점에서 볼 때, 후보자는 어떤 입장인가”라고 질의했다.

이미선 후보자는 금 의원의 질의에 “공직자로서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자 노력을 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반성했다. 겸허히 수용한다”고 답했다. 다만 “배우자 말로는 이테크건설과 삼광글라스가 매출액이 상당한 중견기업이라고 했다. 배우자는 (투자 종목 선정 때) 기업 성장 가능성을 중시했다. 내부정보나 이해충돌 문제, 불법요소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주식투자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덕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초우량주보다 회사 이름이 생소한 코스닥 주식이 많다”며 “특정 회사에 굉장히 속칭 ‘몰빵’이라 할 정도로 많이 투자했는데, 이것도 남편이 한 거냐”라고 물었다. 질의를 마무리하면서는 “아니 왜 이렇게 주식이 많나”라고 난감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미선 후보자가 이날 인사청문회의 주 화두였던 주식 보유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배우자를 거론하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이 청문회는 후보자 청문회지 남편 청문회가 아니다”라며 “본인이 정확히 관여한 부분은 얘기해야지 계속 그렇게 하면 ‘남편 청문회’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질책했다.

민주당이 이미선 후보자의 주식 보유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출한 것은 최근 거듭되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국민 여론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정부와 여당에 미칠 타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동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최정호(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정부 인사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센 데다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후보자를 보다 신중하게 검증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이유정 변호사가 주식 거래 문제로 낙마한 사례도 있다.

다만 민주당은 이미선 후보자가 지방대 출신이자 여성, 40대라는 기존 헌법재판관의 고정관념을 깨는 후보자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 후보자는 “여성 근로자의 경우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사례가 많다. 근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남성·여성 모두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제도가 정비돼야 하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평소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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