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네팔 포카라에서 가까운 안나푸르나 산골 오지마을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곳의 주민들의 생활상이 더 안쓰러웠던 우리들은 NGO 나마스떼코리아라는 순수 자원봉사자 단체를 만들어 여행에 봉사를 콜라보한 바 있다. 같은 해에 빈센트 반 고호와 이름이 같은 뱅상(Vincent의 프랑스 발음) 그레비도 네팔을 찾았던 것 같다.

1970년생인 뱅상 그레비는 뮤지엄 즉 미술관과 박물관의 도시 프랑스 파리의 12구에서 태어났다. 10대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대학 입시에서 낙마하자 해외 여행을 떠났다. 그 사이, 독립영화도 만들고 사진도 찍었다. 특히 테크노 뮤직 등에 관심을 가진 뱅상은 D.J.와 뮤지션을 불러 라디오 쇼 진행을 맡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은 그림이나 컴퓨터 페인팅을 비롯하여 사진 그리고 영상을 포함한 넓은 장르에 걸친다.

루브르 궁에 부속된 미술관의 하나로 주드폼이라 불리는 미술관(Musee jeu de paume)이 있다. 나폴레옹 3세때 테니스와 유사한 죄드폼(Jeu de Paume)이라는 운동이 있는데 이 경기 시합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으로, 1947년 개축 이후로는 주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오르세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현재는 생존 작가들의 특별전시나 영화상영, 미술강좌 등이 열리는 현대미술관인 샘이다. 뱅상은 이곳에서 20대에 생애 첫 작은 전시회를 갖는 영예를 얻는다.

테크노 뮤직 등에 관심을 가진 뱅상(사진)은 D.J.와 뮤지션을 불러 라디오 쇼 진행을 맡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은 그림이나 컴퓨터 페인팅을 비롯하여 사진 그리고 영상을 포함한 넓은 장르에 걸친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테크노 뮤직 등에 관심을 가진 뱅상(사진)은 D.J.와 뮤지션을 불러 라디오 쇼 진행을 맡기도 하였다. 그의 작품은 그림이나 컴퓨터 페인팅을 비롯하여 사진 그리고 영상을 포함한 넓은 장르에 걸친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프랑스는 물론 영국, 체코,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캄보디아, 대만, 인도, 네팔 등의 아시아를 몇 년씩 여행하고 체재한 그는 글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탐정소설인 16개의 기둥이 달린 등대(L'affaire des 16 piliers), 네팔 혁명을 다룬 네팔의 새 낙원으로의 실험(Le nouveau Népal le pari d'une utopie), 다빈치의 회화를 다룬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따라(TRAITÉ DE LA PERSPECTIVE LINÉAIRE, Leonard De Vinci -)의 세권의 저서를 출간한 바도 있는 문예 작가이다.

유라시아를 다닌 그는 새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사람을 발견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고 한다. 왜 정착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냐는 말에 그런 삶이 보다 쉽고 편하기 때문이라고 범상치 않은 답을 던진다. 그리고 네팔에서 헤어디자이너를 하고 있는 네팔인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My life is women story”라고 언뜻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이야기를 전한다.

뱅상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김선태, 유승일 등 프랑스에서 활동한 한국 작가들이 만든 미술 스튜디오 ‘소나무(Sonamu)’에서 합류하면서 우리 나라와 인연을 맺는다. 그런 뱅상이 오는 30일까지 성북동에 위치한 갤러리 #공간1933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뱅상은 오는 30일까지 성북동에 위치한 갤러리 #공간1933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사진은 전시회 포스터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뱅상은 오는 30일까지 성북동에 위치한 갤러리 #공간1933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네 번째 개인전을 연다. 사진은 전시회 포스터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이번 전시 작품들은 아시아인들의 자화상을 표현한 유화들이다. 일상에서 어쩌면 방콕 거리나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의 미소나 몸짓 등을 담은 초상화인데 마치 정물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언어를 초월한 사람다운 사람들간의 상호작용을 봄바람처럼 포근하게 담고 있는 그의 그림에는 삶의 수레바퀴에 의해 생성된 인간관계가 반영되어 있다. 매력적인 그 어떤 것이 아닌 그런 외피적 재현에서 벗어나 감정의 벡터로서 색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주로 네 가지 색상 즉 노란색, 빨간색, 흰색 및 검정색들로 구성된 색들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초상화를 만들어 간다. 이러한 색들의 조합으로 얼굴이 형성되고 느낌이 부여된 피부를 드러내고 있다. 외형을 표출하려는 의도에서 탈피하여 단순함을 추구하되, 인간존재로서 그 정체성을 구현하고 만들어 가는 공통의 정서를 표현했다.

갤러리 공간 1933의 반민규 대표는 “온화한 얼굴 닮은 화초, 정령이 스민 듯한 얼굴. 그렇게 편안히 고요히 다가오는 그림, 정물 같은 사람을 사람 같은 집에서 품어보고 싶어 봄바람 같이 포근한 뱅상의 그림으로 올해 첫 전시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봄비에 꽃잎들이 다 떨어지기 전에 성북동으로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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