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15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포함한 수정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공식화했다.

◇ 채권단 압박에 백기… 금호, 아시아나항공 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금호산업 이사회를 거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해당 내용을 포함한 수정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벼랑 끝’ 선택으로 해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올해 해결해야 할 채무는 1조3,000억원 가량이다. 금호 측은 채무 해결을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고 유상증자 등 지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9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에 박삼구 회장 영구 퇴진,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을 자구안으로 제출했다. 또한 박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를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단 측에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요청했다.

아울러 3년 이내에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 등 채권단은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 회의를 열고 자구안에 대해 ‘거부 결론’을 내렸다. 산은 등 채권단은 금호 측 자구안이 사재출연이나 유상증자와 같은 실질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5,000억원의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며 “박삼구 회장이 복귀하지 않더라고 아들이 경영을 한다는데 무엇이 다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의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금호 측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포함한 수정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수정안에는 아시아나 상표권 확보, 구주에 대한 공동매도요구권 권리 등이 추가로 포함됐다. 채권단은 채권단 회의를 통해 금호 측이 제시한 수정 자구안을 검토 후 관련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 새 주인 누가 되나… 인수 후보로 SK, 한화, CJ 등 거론 

국내 2위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후보로는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 애경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서종규 기자

국내 2위 항공사가 매물로 나온 만큼 인수합병(M&A)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인수후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후보로는 지난해 7월 인수설에 휘말린 SK그룹을 비롯 한화그룹, CJ그룹, 애경그룹 등이 거론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기준 649%의 부채 비율을 떠안고 있지만 1조원이 넘는 자본금을 보유한데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유일한 대형 항공사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로 여겨진다.

현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모두 대형 그룹사다. 이들 중 한 곳이 인수할 경우 자산증가에 따른 재계순위 변동이 일 전망이다. 특히 SK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면 재계 순위에서 현대차그룹을 앞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세는 급격히 쪼그라들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매출 60% 가량을 담당하는 만큼 중견기업으로의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는 11조4,476억원. 이중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규모 6조8,832억원을 제외하면 그룹 전체 자산 규모는 4조원대로 줄어든다.

현재 공정위는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기업 60곳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 규모가 5조원 미만으로 준다면 공정위 지정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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