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회장, 디즈니에 NXC 지분 인수 ‘러브콜’
“인수 가능성 크나 시간 걸릴 것… 디즈니 IP활용에 제한 걸릴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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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회장은 최근 디즈니 고위 관계자를 만나 NXC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디즈니가 넥슨 인수전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김정주 회장이 최근 디즈니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NXC 지분 인수를 제안하며 러브콜을 보낸 것이 알려져서다. 

1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최근 김정주 NXC 대표는 미국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 컴퍼니’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자신과 부인 유정현 감사 등이 보유 중인 NXC 지분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NXC는 넥슨재팬의 지주회사로 넥슨재팬의 지분 47.02%를 갖고 있다. 넥슨코리아는 넥슨재팬의 100% 자회사다. 즉, 디즈니가 NXC의 지분을 사게되면 자연스레 넥슨코리아의 주인도 바뀌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매각 희망가는 넥슨재팬 주당 2,000엔 선으로 점쳐진다. 16일 종가 기준 1,681엔, 한화 1만7,050원인 것을 감안하면 NXC 지분 인수에는 15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정주 회장의 이번 행보를 두고 차일피일 미뤄지는 매각절차에 답답함을 느낀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월 22일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의 넥슨의 예비입찰 참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KKR 등 5곳이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돼 본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넷마블은 적격인수후보에서는 제외됐지만 MBK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간접 참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달 초 진행될 예정이었던 본입찰은 중순으로 연기됐고, 또 다시 5월 초로 연기됐다. 1월 넥슨 매각이 기정사실화 된 후 실적 상승과 신작 흥행 등으로 몸값이 15조원까지 올랐고, 이에 인수의향을 밝힌 업체들이 부담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상반기 ‘트라하’ 등 기대작이 대거 예고된 상황에서 몸값이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게임 계열사만 별도로 분리해 쪼개 팔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간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여러차례 밝혀온 바 있다. 이에 최근 콘텐츠 산업을 확장하기 위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디즈니가 넥슨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떠오를 전망이다. 

IP는 디즈니의 핵심 자산이다. 보유한 콘텐츠의 흥행이 모든 사업과 연결돼서다. 이에 디즈니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코믹스, 2012년 ‘스타워즈’로 잘 알려진 루카스필름 등을 줄줄이 인수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713억달러(한화 약 80조원)에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고, 최근에는 디즈니 인터랙티브 스튜디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게임 콘텐츠 제작 관련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콘텐츠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넥슨을 인수할 경우 ‘바람의나라’와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BnB’, ‘던전앤파이터’ 등 IP는 디즈니 품에 안기게 된다. 

자금이 충분하다는 점도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디즈니의 지난해 연매출은 594억달러(67조477억원)로 전년대비 8.2% 올랐다. 영업이익도 149억달러(16조8,176억원)으로 8.0%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매각을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디즈니의 넥슨 인수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본다. 지금까지 주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통해 수익을 냈다면 게임은 수많은 디즈니 IP를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막대한 인수비용이 드는 빅딜인만큼, 시너지나 가능성 등 다양한 방면에서 고민이 이뤄져야 해 빠른 시일 내 결정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말했다. 

그는 “국내 1위 게임업체의 주인이 바뀐다는 점에서 업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디즈니 IP의 활용도가 높은 게임업계의 기회나 가능성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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