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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NDC 2019에서는 ‘마블 배틀라인’의 이희영 넥슨 데브캣스튜디오 디렉터가 ‘글로벌 인기 IP로 게임 만들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시사위크

시사위크|판교=이가영 기자  한국에서 최근 가장 핫한 IP(지식재산권)는 뭘까? 두 말 할 나위 없이 ‘마블’이다. ‘어벤져스: 앤드게임’은 24일 개봉 이후 누적 관객 수 200만을 훌쩍 넘어서며 극장가를 점령 중이다. 그렇다면 이런 세계적인 IP와 함께 게임을 만드는 일은 어떤 경험일까? 

25일 NDC 2019에서는 ‘마블 배틀라인’의 이희영 넥슨 데브캣스튜디오 디렉터는 ‘글로벌 인기 IP로 게임 만들기’를 주제로 마블과의 협업 과정, 개발과 검수 과정의 여러 업무 사례 등 게임 개발 경험을 펼쳐놨다. 

이희영 디렉터는 “‘마블 배틀라인'을 개발하게 됐지만 팀을 세팅하는 과정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구조, 환경이 복잡해 내부 의사소통을 추진하는게 어려움이 많다. 지금도 개발하는데 일반 프로젝트 보다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 태초에 ‘마비노기 듀얼’이 있었다

‘마블 배틀라인’은 2018년 10월 출시된 전략 카드 배틀 게임(TCG)이다. ‘코스믹 큐브(욕망을 이뤄주는 아이템)’가 파괴되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게 돼, 주인공이 ‘마블’ 영웅들과 함께 ‘코스믹 조각’을 모으며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정에 오르는게 주 내용이다. 

이 디렉터는 ‘마블 배틀라인’을 이야기하려면 우선 ‘마비노기 듀얼’을 이야기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6월 출시된 '마비노기 듀얼'은 마비노기 IP를 활용해 데브캣이 개발한 TCG다. 현재 모바일 버전의 서비스는 종료했지만 스팀을 통해 PC 서비스는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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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디렉터는  ‘마블 배틀라인’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마비노기 듀얼’을 이야기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시사위크

이희영 디렉터는 PC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던 경험과 '마비노기 듀얼'을 서비스하던 경험을 거론하며 “PC 플랫폼에서는 오랫동안 서비스하는 과정에서도 반등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모바일 게임에서는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마비노기 듀얼의 경우 출시일 메르스 사태와 맞물리면서 초기 유저풀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후 그는 모바일 게임 상당수가 경우 이전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교훈을 다음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형태로 차기작이 개발되는 것을 보고 마비노기 듀얼의 후속작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후속작을 생각하던 이 디렉터는 IP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당시 ‘마비노기’ IP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인지도는 높았을뿐 TCG 게임의 성지라 불리는 북미‧유럽(독일) 등 시장에서는 눈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마켓에서 통할 수 있는 IP가 필요하다는게 이 디렉터의 판단이었다. 

IP를 물색하던 와중 2015년 12월 미국 LA로부터 연락을 받게됐다. 바로 ‘마블’이었다. 

◇ 원작 세계관 해치면 안돼… 폰트·말풍선까지 검토

마블과의 협업은 처음부터 녹록지 않았다. 마블 측이 마블 배틀라인을 ‘어벤져스’ 3와 4 사이에 론칭하기를 원해서였다. 개발기간은 2년반에서 3년 정도로 매우 촉박했다. 이 디렉터는 “마비노기 듀얼의 베이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대신 그래픽을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인가, 어느정도 물량을 만들것인가 등에 초점을 맞춰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블과의 협업은 갈수록 첩첩산중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국 게임사들은 코어 플레이를 먼저 만들고 나중에 스토리를 얹는데, 마블에서는 먼저 스토리를 요구했다. 

그는 “마블은 게임회사가 아니라 IP를 갖고 있는 회사고 모든 것이 세계관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스토리를 먼저 잡고 설정 잡고 그 다음에 게임을 만들어 가자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 디렉터는 ‘인피니티 스톤’의 조각이 부서져서 그 조각들을 자원으로 사용한다는 설정으로 출발하려고 했지만 마블의 반대에 부딪혔다. 인피니티 스톤은 부서질 수 없다는 원작의 스토리 때문이었다. 결국 인피니티 스톤 대신 코스믹 큐브를 부수는 걸로 합의해야 했다. 원작 설정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은 셈. 

‘마블’이 미팅시 스토리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 디렉터에게 보여준 그림. /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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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배틀라인’ 게임의 인트로 영상. / 시사위크

스토리나 시나리오 작업 프로세스도 일반 프로젝트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초안을 작성해 영어로 번역해서 보내면 마블게임즈와 마블작가가 협업해 영문 시나리오 작업이 이뤄진다. 시나리오작업 프로세스도 시나리오 구조작성→협업작가 전달→공동논의 대본작성→개발팀 공유·검토→수정본 전달→마블 검수→최종본 한글화 등 수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후 한글을 포함한 10개국 언어로 번역해 해당 국가에 서비스한다. 

당연히 최초 초안 작업 이후 모든 작업은 영어로 이뤄진다. 이 디렉터는 “디렉터인 나도 이해가 안될때가 많다”며 “시나리오 작업하는 분께 작업하고 있는 내용을 한글로 번역해서 공유해달라고 하고 다시 보내고 받고 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아트워크도 개발팀의 또 다른 고민이었다. 미국 코믹북 스타일을 따르면 마블코믹스 팬들에게는 환영받겠지만, 마블 영화로 유입된 일반 팬들에게까지 어필할지는 미지수였다. 따라서 코믹북 스타일의 역동성은 살리되 반실사풍 일러스트의 정적이고 깊이 있는 느낌을 더해 마블코믹스 팬과 일반 소비자 양쪽을 모두 겨냥하기로 했다.

이 디렉터는 “마블이 코믹스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폰트나 말풍선 모양들, 말투 이런부분에도 까다롭다. 과정과정에 검수가 들어간다. 많이 배우면서 작업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블의 깐깐함이 마냥 힘들고 고된 일만은 아니었다. 그는 “마블이 IP홀더로서 많은 지적을 해주기도 했지만 동양풍에 익숙한 저희가 놓치는, 서구권의 소비자가 잘 이해를 못하는 ‘꼭 이렇게 표현해야 하나?’ 하는 부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뒤이어 “2년 정도 같이 일하면서 생각 바뀌거나 작업방식, 스타일 바뀐부분도 많다. 이런 부분 협업하는데서 많이 도움됐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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