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그룹의 내부거래 실태에 변화가 포착됐다.
신안그룹의 내부거래 실태에 변화가 포착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끊이지 않는 논란 속에서도 꼿꼿하게 내부거래를 유지해왔던 신안그룹에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견기업의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문제 해소를 위해 시야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결국 꼬리를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신안그룹 내부거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것은 그린씨앤에프대부다. 박순석 신안그룹 회장이 47.35%, (주)신안이 41.15%의 지분을 보유 중인 사실상의 박순석 회장 개인회사다. (주)신안 역시 박순석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채권의 양수·관리, 대금회수 및 이와 관련된 신용조사업무’를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 그린씨앤에프대부의 신안그룹 계열사를 통한 매출액 비중은 90%를 꾸준히 넘겨왔다. 2015년엔 204억원의 매출액 중 191억원이 그룹 내부에서 발생해 93%를 차지했고, 이후에도 97%, 92%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이 같은 실태는 그린씨앤에프대부가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내역을 감사보고서에 공개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꿋꿋하게 이어져왔다. 그 사이 20억대 수준이던 매출액은 한때 200억대로 10배 성장하기도 했다. 내부거래를 통해 회사를 키운 셈이다.

이렇게 손쉽게 수익을 올린 그린씨앤에프대부는 휴스틸, 신안관광, 신안레져, 신안종합리조트, 신안상호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공고하던 내부거래 실태에 변화가 포착된 것은 지난해 감사보고서다. 그린씨앤에프대부는 지난해 71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는데,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액은 34억원이었다. 2017년 101억원의 매출액 중 92억원이 내부거래로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와 비중 모두 눈에 띄게 낮아졌다. 특히 신안레저를 통한 매출액은 2017년 29억원에서 지난해 1억5,0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신안종합리조트를 통한 매출액도 2017년 27억원에서 지난해 7억5,000만원으로 감소했다.

뿐만 아니다. 신안그룹 내부거래의 또 다른 한 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바로투자증권은 카카오페이로의 매각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박순석 회장이 60.95%, (주)신안이 39.05%의 지분을 가진 신안캐피탈은 그동안 바로투자증권을 통한 매출액이 곧 총매출액이었다.

신안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초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중견기업에 대한 감시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최근 KPX그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이러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대기업들이 내부거래 및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면, 이제는 중견그룹들이 뒤를 잇고 있다”며 “공정위의 타깃이 되기 전에 서둘러 관련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사위크>는 달라진 내부거래 실태의 배경 등을 묻기 위해 신안그룹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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