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박유천이 고개를 숙였다. 전 연인이었던 황하나 씨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박유천이 3일 검찰에 송치됐다. 박유천은 “거짓말을 해서 많은 분들께 죄송하다. 벌 받아야 할 부분은 받고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최근 마약 사태는 클럽 버닝썬에서 성범죄에 이용된 일명 ‘물뽕’ 논란이 시발점이 됐다. 황하나 씨가 버닝썬 VIP였다는 점과 과거 석연찮은 이유로 처벌을 피한 점 등도 다시 조명을 받았다. 이후 로버트 할리와 황씨 외 재벌 3세들도 잇따라 검거됐다.

일각에서는 유명인들의 마약 논란으로 ‘버닝썬 사태’가 묻히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클럽 내 성범죄 및 이를 사실상 방치한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밝히는 게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버닝썬을 비롯한 클럽에서의 마약 범죄는 결국 당국의 소홀한 관리·감독과 분리해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 버닝썬 사태 후 두 달 만에 검거된 마약사범들은 1,746명에 달했다. 이중 585명은 구속됐다. 이번 마약류 사범 검거 인원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70.9% 증가했다.

지난 2일 방영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도 과거 마약상들을 통해 이 같은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전직 마약상 A씨는 “최근 사태들을 보면서 놀란 점은 마약 소매가가 너무 싸졌다는 것”이라며 “지금 40만원 대 얘기가 나오는데 과거에는 최소 8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갔다. 그만큼 공급과 수요가 늘어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럽이나 집에서 하는 마약파티는 과거부터 있었다. 다만 은밀히 이뤄지다보니 잡기 어려웠을 뿐”이라며 “과거에는 유통도 계좌에 돈을 입금하면 택배로 배송해주는 식이었는데 최근에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던지기’ 수법이나 비트코인 거래, SNS 접촉 등 유통 수법도 다양해졌다”고 지적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여러 범죄 중 거의 유일하게 마약 상인에게만은 형의 집행을 면제해주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수 있는 제도가 있다는 것. A씨는 “누구에게 팔았는지 다 불면 거의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당연히 당사자는 매스컴에 터트릴 수 있는 유명인이다. 가장 좋은 대상은 연예인이고, 다만 회장님이나 그 자제들은 계속 고객이 될 분들이기 때문에 불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처벌받아야 할 마약 유통책들이 몇몇 연예인들만 수사기관에 털어놓으면 별다른 처벌 없이 계속 마약 유통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그간 우리 당국이 마약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마약에 손을 댔던 사람들은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을 지적한다. 또한 처벌이 아닌 재활을 위한 치료 프로그램 마련도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유명인 망신주기 식으로 사건을 처리해온 그간의 수사 관행도 고쳐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에도 일부 연예인들만 처벌하는 식으로 끝난다면 ‘제2의 버닝썬 사태’는 또 발생할지 모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