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 뉴시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로 1년간의 임기를 마친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보냈다고 회고했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 당선된 기쁨만큼 부담감이 더 했고, 임기를 마친 지금도 홀가분함보다는 차기 원내대표에게 숙제만 남긴 것 같은 미안함이 앞섰다.

“사실 기쁜 마음보다는 여러 가지 상황도 어렵고 해서 마음이 무겁다.”(2018년 5월 11일, 원내대표 당선 소감)

“정말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회의를 마치고 싶었습니다만,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2019년 5월 7일, 마지막 원내대책회의)

홍 원내대표가 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처음 당면한 과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농성이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특검을 요구하며 9일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었다. 홍 원내대표는 드루킹 특검을 받아들이는 대신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합의 처리하는 방식으로 멈춰선 정국을 풀어나갔다.

같은 노동계 출신 정치인인 홍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이후에도 강약을 조절해가며 협상을 진행했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는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기싸움’이 벌어졌다. 두 원내대표의 줄다리기 끝에 청와대 관련 상임위인 운영위원장은 민주당이 갖고 법사위원장은 한국당이 차지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2019년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3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자 한국당과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내에선 이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당이 협상 파트너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원내대표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지났으니까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는 원내대표가 지나치게 한국당과 타협적이란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국회엔 민주당과 한국당만 있는 게 아니라 바른미래당도 있고 평화당·정의당도 있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법안이 논의조차 되지 않아서 다른 야당과 협의를 해보겠다고 한 게 왜 독재인지 납득이 안 된다. 한국당이 메인정당으로서 파트너십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다음 원내대표가 또 다시 (한국당과) 타협적인 태도를 갖는 것은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가 신임 한국당 원내사령탑에 오르면서 국회 상황은 ‘한국당 편향적’이란 지적이 무색하게 흘러갔다. 홍 원내대표도 여야 관계가 ‘강 대 강’ 대치로 치닫게 된 시점을 예산안 처리 이후로 꼽았다. 나 원내대표가 선출된 작년 12월 11일부터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 1월, 2월 이때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나면 (대화 주제가) 딱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국정조사, 두 번째는 특검, 세 번째는 패스트트랙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작년 같았으면 여야 간 큰 쟁점사항일 수 있는 탄력근로제, 최저임금제도, 빅데이터 3법 이런 법들을 여야가 정치적으로 입장 달라서 싸우더라도 처리하면서 왔는데 나 원내대표랑은 단 한 건도 처리를 못했다. (세 가지 외에는) 여야 간에 대화가 없었다. 참 아쉽다”고 했다.

무엇보다 극적이었던 순간은 패스트트랙이었다. 정치·사법개혁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4당과 한국당 간의 충돌은 ‘육탄전’을 방불케 했다. 일부 의원들이 병원 신세를 지며 정당을 가릴 것 없이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입었다. 지난해 예산안 정국 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로 시작된 홍 원내대표의 원형탈모 증세도 더 심해졌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다. 국회는 올해 들어 여야 대치와 공전을 반복하며 ‘빈손 국회’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유치원 3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위원회도 출범하지 못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도 심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1년을 돌아보니 뿌듯함보다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야당을 더 열심히 설득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든다”며 “저는 이제 민주당의 평의원으로서 국민을 위한 일에 매진하겠다. 제가 맡은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8일 차기 원내대표를 뽑기 위한 경선을 치른다. 이인영·노웅래·김태년(기호순) 의원이 후보로 나섰다. 누가 차기 원내사령탑에 오르든 그 부담감은 홍 원내대표가 처음 당선됐을 때와 다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홍 원내대표는 “다음 원내대표에게 정말 미안하다. 저도 작년에 당선되자마자 국회 문이 닫혀있으니까 정말 난감했다. 이런 국회 상황을 후임 원내대표에게 넘겨주게 돼서 국민께 죄송하고 후임 원내대표께도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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