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그룹이 박순호 회장의 삼녀 박이라 사장을 (주)세정의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2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됐다. / 네이버 지도
세정그룹이 박순호 회장의 삼녀 박이라 사장을 (주)세정의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2세 경영 시대를 열게 됐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패션업계의 이목이 세정그룹에 쏠리고 있다.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 여성 기업인으로 주목을 받아 왔던 ‘오너 2세’ 박이라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게 되면서 그의 역할론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2세 시대 활짝 열어젖힌 세정그룹

중견패션기업 세정그룹이 2세 시대 개막을 알렸다. 박순호 회장의 삼녀 박이라 전 부사장이 그룹의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주)세정의 사장으로 올라서면서 2세 경영 시대의 커튼을 열어 젖혔다. ‘인디안’, ‘올리비아 로렌’ 등을 운영하는 (주)세정은 세정과미래(58.4%), 세정이십일(88.07%) 등을 거느리고 있는 그룹의 중추다.

세정그룹이 박 신임 사장에 거는 기대감은 그가 가진 복수의 직함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박 사장은 (주)세정 수장 자리를 비롯해 기존의 세정과미래 대표이사를 그대로 겸직한다. 또 지나 4월 인수한 온라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코코로박스’를 운영하는 세정씨씨알도 직접 진두지휘하게 된다.

박 사장이 41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수장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건, 그가 세정을 젊은 기업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회사 안팎의 평가 덕분으로 풀이된다. 2005년 비서실로 입사한 박 사장은 이후 브랜드전략실장과 마케팅홍보실, 구매생산조직 담당 임원 등을 맡았다. 패션 유통 플랫폼 ‘웰메이드’와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 론칭은 그의 최대 치적으로 꼽힌다.

종합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의 변신도 그의 손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 복합 생활 쇼핑몰 ‘동춘175’와 ‘동춘상회’ 론칭에 이어 코코로박스 인수를 마친 박 사장은 세정을 의류기업에서 라이프스타일 유통 기업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괄목할 만한 성과를 도출하며 경영자로서의 그릇을 인정받아 온 박 사장이지만 현재 그가 직면한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유니클로 등 SPA 브랜드들이 의류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면서 국내 의류 제조사들은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업계 고민에서 세정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달 초 그룹의 중추인 (주)세정의 사장에 임명된 박이라 신임 사장. 박 사장은 (주)세정의 사장을 비롯해 세정과미래, 세정씨씨알 대표도 겸직한다. / 세정그룹
이달 초 그룹의 중추인 (주)세정의 사장에 임명된 박이라 신임 사장. 박 사장은 (주)세정의 사장을 비롯해 세정과미래, 세정씨씨알 대표도 겸직한다. / 세정그룹

◇ “종합 라이프스타일 도약”… 침체 빠진 ‘의류’ 어쩌나

캐주얼 브랜드 ‘NII’를 보유한 업체로 널리 알려진 세정과미래는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다. 달라진 소비자 트렌드와 국내외 SPA에 대항하고자 2010년 대대적으로 단행한 NII의 리뉴얼 ‘단물’이 빠지면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흑자를 남기며 박 사장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되는 듯 했지만, 지난해 또 다시 52억원의 거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규모 또한 630억원으로 크게 내려앉는 등 위기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다.

그룹 요직을 꿰차고 있는 박 사장이 12년 가까이 대표를 맡고 있는 세정과미래에 주력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력인 NII 부활이 요구되지만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남성복 ‘크리스. 크리스티’의 온라인 강화를 위해 설립된 것으로 확인된 신설 법인 세정트리부스도 첫 해 5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크리스. 크리스티’는 오프라인을 축소하고 온라인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세정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7,000억원을 향해 달려가던 세정 연매출은 지난 7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한 끝에 4,300억대로 축소됐다. 특히 좀처럼 경험하지 못했던 연속 영업손실을 지난 2년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와 2017년 두 해의 합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1,472억원과 1,007억원에 이른다.

세정그룹 관계자는 “올리비아 로렌은 다수의 충성 고객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 개설한 유튜브 채널은 시니어 층에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웰메이드의 경우 상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으며, 향후엔 인디언을 좀 더 드러내는 마케팅을 펼치는 등 기존 의류 분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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