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 예고
부정적 인식 확산·새로운 규제 등에 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 이가영 기자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 이가영 기자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게임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게임으로 인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가운데 향후 게임이용 규제 법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 게임중독 ‘질병’될까… “인과관계 부족해”

16일 업계에 따르면 20일 WHO는 세계보건총회(WHA)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관련부처와 업계는 필사적으로 반대에 나서고 있지만 사실상 질병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게임중독이)질병으로 등재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라며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될 것 같아서 암담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게임업계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것은 ▲게임장애 진단을 지지하는 연구진들조차 게임장애의 정의를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다는 점 ▲게임장애에 관련한 기존 근거가 빈약하다는 점 ▲게임장애를 판단하는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13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서 “게임과 질병, 흔히 말하는 게임 과몰입이나 게임 중독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게임에 과몰입 하는 사람들이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의학적 접근으로만 해결을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실제 미국 정부 등 여러 국가의 정부와 산업계, 학계에서는 게임 중독을 질병 코드로 도입하는데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크리스토퍼 J. 퍼거슨 미국 스텟슨 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지난달 6일 열린 ‘2019 게임문화포럼에 참석해 “게임으로 인한 유병률은 1~3% 정도이며,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조금 높게 나타나지만 우려할 정도 수준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WHO의 게임 장애 질병코드 추진이 오진이나 심리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고, 의사들이 돈만 벌기 위해 잘못된 치료를 제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질병코드 분류시, 수조원대 시장 위축 등 우려 산재

업계는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코드로 분류 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 나아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년도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는 1,349억달러(한화 153조원)로 전년대비 13.3% 늘어났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 게임시장(57억6,400만달러)은 모바일 게임 성장에 힘입어 최근 5년간 연평균 7.6%씩 증가중인 알짜배기 시장이다.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코드화 지정으로 게임시장 위축규모는 2023년 379억원, 2024년 1조7,019억원, 2025년 3조3,659억원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규모 축소 외에도 부정적인 인식 확산과 새로운 규제 도입, 이에따른 산업 경쟁력 약화 등도 우려된다.

실제 게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지금도 충분히 싸늘하다. 최근 CBS가 리얼미터가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인 45.1%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데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찬성 비율이 높았다. 

인식악화로 인한 전문 인력채용 어려움, 이용자 감소 등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월드컵급 세계 대회가 있는 업계를 질병으로 분류하는게 말이 되냐”며 “우스갯소리지만 업계에서는 게임 개발자들은 케어 대상에 해당이 되는지, 게임중독으로 인한 병가가 가능하게 되는지 말이 나온다. 그만큼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한 중소 게임 개발사 대표 또한 참담한 신경을 드러냈다. 그는 “국가에서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해서 게임을 장려할때는 언제고 이런 상황을 방관하고 있는게 말이 되냐”며 “로비가 들어갔다느니 별의별 음모론이 다 나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기업의 경우 어떻게든 피해를 줄일 수 있겠지만 중소업체들은 ‘나가 죽으라는거나 마찬가지’다”며 “규제에 맞게 게임을 손봐야하는 경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어디서 보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