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로 분주한 삼성중공업이 뜻밖의 법적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뉴시스
경영정상화로 분주한 삼성중공업이 뜻밖의 법적분쟁에 휘말리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4년 연속 적자행진 속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삼성중공업이 뜻밖의 악재를 마주했다. 1억8,000만달러, 우리 돈 2,1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이 같은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으나, 내심 기대했던 올해 흑자전환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6일 ‘소송 등의 판결·결정’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영국 중재 재판부로부터 엔스코에 대해 1억8,000만달러(2,146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법적분쟁에 휘말린 것은 삼성중공업이 2007년 미국 선사 프라이드로부터 수주해 2011년 인도한 드릴십 1척이다. 프라이드는 인도받은 드릴십을 다시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에 임대해주는 5년 용선계약을 2011년 체결했다. 엔스코는 이러한 프라이드를 2011년 인수한 바 있다.

하지만 페트로브라스는 2016년 엔스코와의 용선계약을 돌연 취소했다. 드릴십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이 중개인에게 지급한 수수료 중 일부가 부정 사용됐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용선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페트로브라스는 이러한 내용을 당시 프라이드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삼성중공업의 중개수수료 부정 사용 문제로 용선계약이 취소되자, 엔스코는 손해배상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영국 중재 재판부가 삼성중공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다. 페트로브라스 역시 지난 3월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텍사스 법원에 제기했다. 페트로브라스가 요구하는 손해배상 규모는 2억5,000만달러, 우리 돈 2,830억원에 달한다. 엔스코와 페트로브라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규모를 합하면 3억3,000만달러, 약 5,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삼성중공업은 영국 중재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중재 재판부는 핵심관련자의 증언을 배제한 채 제한적인 사실관계만으로 엔스코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했다”며 “엔스코는 삼성중공업의 중개수수료 지급 과정에 깊이 관여한 당사자이며, 법리적으로도 관련 권리를 관계사에 모두 이전해 손해배상 청구 자격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영국 고등법원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중개수수료는 선박 건조 계약과정에서 중개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며, 엔스코와의 합의에 따라 중개수수료를 지급했을 뿐 이후 수수료가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페트로브라스가 미국에서 제기한 손해배상 요구에 대해서도 삼성중공업은 “엔스코와 페트로브라스가 체결한 용선계약의 당사자가 아닐 뿐더러 관여한 일도 없다”며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법률 및 기술 자문단을 꾸려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억울함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연이은 법적분쟁은 경영정상화로 분주한 삼성중공업에게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1조5,0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쌓인 영업손실 규모만 2조원대를 훌쩍 넘는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2017년 12월 남준우 사장으로 새 수장으로 선임한 뒤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를 추진해오고 있다. 원가 절감을 위한 체질개선과 함께 수주를 위해 많은 공을 들여왔다. 특히 올해는 흑자전환의 원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손해배상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하는 뜻밖의 악재를 마주하면서 흑자전환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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