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경이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문자대화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누가 이 시점에 어떤 이유로 유출했는지 궁금하다"며 발끈했다. /뉴시스
윤모 총경이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문자대화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누가 이 시점에 어떤 이유로 유출했는지 궁금하다"며 발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가수 승리 등이 참여한 카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지목된 윤모 총경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이 모 선임행정관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윤 총경이 소환되기 하루 전의 일이었다. 또한 윤 총경은 민갑룡 경찰청장과 청와대 비서관의 저녁모임을 주선했으며, 이를 민정수석실 이 선임행정관에게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 윤 총경은 이 선임행정관에게 메신저로 “(민 청장이 김학의 전 차관 관련) 발언을 잘하지 않았냐”는 취지로 물었다. 이에 이 선임행정관은 “좀 더 세게 했어야 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른바 ‘별장 성접대’ 영상에 나오는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며 “육안으로 명확해 감정의뢰 없이 동일인이라는 것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발언했었다.

◇ 소환 하루 전 문자 대화

문제는 대화를 나눴던 시기가 다소 적절치 않았다는 점이다. 3월 13일 이른바 승리 카톡방에 ‘경찰총장’과의 유착의혹이 제기됐는데, 경찰은 당일 윤 총경으로 특정하고 15일 소환을 결정했다. 경찰소환 하루 전날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대화를 나눈 셈이다. 윤 총경은 지난해 8월까지 청와대에서 이 선임행정관과 함께 근무했던 사이다.

또한 두 사람이 나눈 대화 중에는 민 경찰청장과 청와대 비서관들의 저녁모임을 윤 총경이 주선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윤 총경이 자신이 저녁모임을 주선했다는 사실을 이 선임행정관에게 전하는 형태였다고 한다. 모임은 윤 총경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3월 말로 예정돼 있었는데, 민 청장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의 대화는 경찰이 윤 총경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2대를 포렌식 복원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로부터 해당 메신저 내용을 넘겨받은 검찰은 “민감한 시기에 수사 선상에 오른 윤 총경이 김학의 발언을 놓고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비밀 대화를 주고받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SBS는 보도했다.

◇ ‘누가 왜 이 시점에 유출했나’

하지만 청와대의 해명은 달랐다. 메신저를 통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사적 대화’에 불과했으며, 민 청장과 청와대 비서관 모임을 주선했다는 대화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21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선임행정관과 윤 총경이 사적으로 문자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저녁 모임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화도 나눈 적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상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청와대는 특정세력이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왜 이 시점에 누구에 의해서 어떤 이유로 언론에 유출됐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버닝썬 사건이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의 아킬레스건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검찰을 지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의 출발은 검찰의 권력분산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갖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함으로써 막강한 권한을 보유했기 때문에,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무혐의, 장자연 부실수사 등이 가능했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있었다.

그런데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의혹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다소 반전됐다. ‘경찰에 수사권을 완전히 넘겨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 이후 수사권 조정은 사실상 검경이 서로의 약점을 비난하는 여론전 형태로 진행돼 왔다. 검찰은 경찰의 ‘버닝썬 사건’에 주목하고, 반대로 경찰은 검찰의 ‘김학의·장자연 사건’을 거론하는 형태였다.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윤 총경의 문자대화 유출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버닝썬과 장자연 사건) 두 조사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하지 못했거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몹시 안타깝다”며 “검찰과 경찰의 과거뿐 아니라 현재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검경은 물론 국가의 불행이다. 그런데도 검경은 지금도 자체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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