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여러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뉴시스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여러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재웅 쏘카 대표가 험난한 혁신의 길을 걷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잡음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그가 험로를 넘어 또 한 번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웅 대표는 과거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을 창업한 인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만든 ‘다음’은 국내 최초의 포털사이트로서 인터넷 시대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온국민이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던 이메일 ‘한메일’이나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의 뿌리인 ‘다음 카페’ 등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세상을 변화시킨 바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되는 데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재웅 대표가 국내 IT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다.

그런 그가 다시 개척자의 위치로 돌아온 것은 ‘쏘카’와 함께다. 그는 ‘모빌리티 혁신’을 꿈꾸며 그 시작으로 카셰어링 서비스 ‘쏘카’를 선보였다. ‘쏘카’는 차량 소유에 대한 개념을 서서히 깨트리며 급속도로 성장했고, 더불어 국내 카셰어링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확대됐다.

이후 이재웅 대표는 커플 전용 SNS앱으로 주목을 끌었던 VCNC를 인수해 새로운 개념의 운송서비스를 론칭했다.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하는 ‘타다’가 그 주인공이다. 택시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던 상황에서, 높은 서비스 품질을 지닌 ‘타다’는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처럼 ‘쏘카’와 ‘타다’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러나 이재웅 대표의 ‘큰 그림’에서는 여전히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수준이다. 그는 공유경제 개념과 IT기술을 결합해 이동수단을 소유하지 않고도 최적의 이동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쏘카’와 ‘타다’ 뿐 아니라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의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대표는 최근 연일 설전을 벌이며 적잖은화제를 낳았다. /뉴시스

◇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난데없는 설전

하지만 ‘혁신의 길’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이재웅 대표는 최근 연일 ‘뉴스메이커’로 부상하며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재웅 대표는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난데없는 설전을 벌였다. 설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저격’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22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웅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혁신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소외 또는 피해 계층을 보듬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하면서 “혁신 사업자가 오만하게 행동하면 혁신동력이 오히려 약화된다”고 이재웅 대표를 향해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자 이재웅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기사를 링크하며 “갑자기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어찌 되었든 새겨듣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정부 고위관료와 혁신 사업가의 신경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튿날 또 다른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어제 제기한 문제가 그렇게 비아냥거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재웅 대표의 반응에 불쾌함을 나타냈다. 이어 “혁신 사업자들도 사회적 연대를 소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고,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이날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이재웅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이재웅 대표는 이번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전날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어조였다. “오늘 아침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좋은 말을 해주셨다. 지금까지 제가 언론과 페이스북에서 주장하던 이야기를 잘 정리해주셨다”고 운을 뗀 그는 “우리 사회에 혁신을 필요하다. 하지만 혁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이나 사람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그 부분은 잘 보듬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 과정에서 요구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재차 설명한 그는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데 제 주장을 관심 있게 잘 읽어봐 주셔서 고맙다”며 “한 가지만 추가하자면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카풀서비스를 잠정 중단시킨 택시업계는 이후 ‘타다’를 향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뉴시스

◇ 택시업계 거센 반발 속 ‘선봉장’ 역할 마다않는 이재웅

설전으로 비화된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지적은 최근 발생한 택시기사 분신 사망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카풀서비스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택시업계는 카카오가 카풀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이후 ‘타다’를 새 타깃으로 설정해 연일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타다’가 법의 허점을 노린 편법·불법 서비스이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재웅 쏘카 대표는 이러한 반대 목소리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타다’ 서비스는 관계당국에서도 인정한 합법이며, 택시업계와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나 위협 등 불법행위에 대해선 묵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택시기사 분신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택시기사들이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단호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재웅 대표의 이 같은 언행 및 행보를 향한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일각에선 혁신 사업가로서 선봉장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며 신사업 및 후배 사업가들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혁신에만 집중한 나머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시대를 열어젖힌데 이어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며 험로를 걷고 있는 이재웅 대표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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