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올해는 비구니스님들의 교육기관인 청암사 승가대학이 설립된 지 32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청암사에서 발행하는 ‘청암지’ 100호를 맞이하는 해가 된다. 오늘 소개할 책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는 1994년 1호부터 100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청암지에 게재된 학인스님들의 글을 가려 뽑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책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스님들이 청암사 승가대학에서 좌충우돌 4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여법한 수행자가 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너무나도 진솔하게 담아놓았다.

지난 2016년 3월 KBS 2TV ‘다큐 3일’은 ‘떠남과 만남-김천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72시간’을 방영한 바 있다. 그때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출가 인연 이야기, 좌충우돌하며 갈고 닦아가는 학인 스님들의 일상이 시청자들의 열띤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다큐 3일’이 72시간의 순간들을 포착해서 프로그램으로 잘 만들어 보여주었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발간한 이 책은 1987년 청암사 승가대학이 설립되었을 때부터의 강원 생활을 비구니스님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솔직담백하게 그려져 있다.

청암사 율원장 의정지형 스님과 주지 의진상진 스님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지난 32년 동안 청암을 거쳐 간 스님들이 승가(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속에서 울고 웃으며 함께한 우리들의 역사가 순간순간 담겨 있다”고 전하는 청암사 율학승가대학원장 의정지형 스님의 발간사를 통해서라도 그들의 풋풋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청암사 승가대학의 일상을 마치 눈앞에서 얘기해 주듯 생생하게 담겨 있는 한 편 한 편에는 당시의 상황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해 주는 사진이 함께 하고 있어 독차의 이해를 돕는다. 25년의 전통을 가진 청암지를 편집했던 그 축적된 실력으로 만든 이 책은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는 말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리고 어떻게 마음을 쓰고 살아야 하는지를 은은하게 전해준다. 비구니 스님들이 ‘도’를 조금씩 터득해 가면서 어엿한 수행자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조금만 읽어도 알 수 있듯이, 비구니 학인 스님들은 이구동성으로 두 분 어른스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바치고 있다. 바로 현재 청암사 율원장 의정지형 스님과 주지 의진상진 스님을 말한다. 두 분은 스러져가던 천년고찰 청암사를 중창하고, 인재 불사의 원력을 모아 1987년 청암사 승가대학을 설립했다.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는 1994년 1호부터 100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청암지에 게재된 학인스님들의 글을 가려 뽑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청암사 승가대학 비구니스님들의 좌충우돌 수행 이야기’는 1994년 1호부터 100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청암지에 게재된 학인스님들의 글을 가려 뽑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전통 강원과 현대식 교육을 겸비한 수행체제로 시대를 이끌어갈 비구니스님 교육에 30년을 한결같이 헌신하고 계신다. 사회 곳곳에서 어른이 없다고 한탄하는 우리 시대, 학인들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보살펴주시는 두 어른스님 덕분에 청암사 승가대학에서 행복하게 공부하고, 졸업 이후의 삶에도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이와 같이, 이 책 한 편 한 편에는 색다른 큰 울림이 있다. ‘불교’ ‘수행’하면 어렵고 힘들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비구니스님들이 강원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풋풋한 이야기, 생생한 체험이 진솔하게 담겨 있는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빙그레 미소 짓게 되고, 마음이 평온해지는가 하면 평범한 일상생활이 다 수행이라는 깨달음을 선사해 준다. 꼭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대중(스님들)은 나를 성장시켜 주고 하심하게 해 주는 스승이다. 끝없는 이기와 아만을 겸손함으로 회향시켜 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그렇기에 예로부터 ‘대중을 배우고 수순함’이 수행자의 마음가짐으로 강조되었나 보다.
-본문 14쪽 중에서

 

‘우리더러 어쩌란 말이냐, 청산아!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모두 제 잘난 맛에 살다 온 사람들, 살아온 세월의 중량만큼 덕지덕지 묻혀온 세속의 때를 하루속히 벗겨내야 하는 작업의 방편으로 우리가 윗반스님들께 할 수 있는 대답은 선택의 여지없이 오로지 “예, 아니요”뿐인 것이다. 이러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승(僧)으로서 절대적으로 갖추어야 할 하심(下心)이라는 천연염색(緇)이 잘 되어간다는 것이다. -본문 47쪽 중에서

 

아침부터 나와 저녁 늦도록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종일 벌어도 몇 천원 되지 않을 이분들의 시주는 천근만근의 무게로 쥐고 있는 발우를 눌러왔다. 눈 주위가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중략) 가사 한 벌, 발우 한 벌로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 다니시며 교화하셨던 거룩하신 부처님과 무겁고 무거운 시은을 베푸신 그분들의 경건한 마음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쉼 없이 정진해야 하리라. - 본문 27쪽 중에서

 

나는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내가 안다고 생각할 때조차도 나는 자주 틀린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것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정말로,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단지 생각을 멈추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며 약간의 웃음도 필요하다는 것을. 또한 거기 실수가 있을 것이며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한번 혹은 여러 번 우리 모두에게 도전해 올 것임을. 그리고 우리에게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냐, 화를 낼 것이냐, 아니면 각자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배움에 고마워할 것이냐의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 본문 98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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