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규모·1인 매출 커… 철저한 현지화 필수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29일 ‘리니지M’의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다. / 엔씨소프트

시사위크=이가영 기자  최국 한국 게임의 일본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다.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이 미뤄지면서 중국 시장이 언제 열릴지 낙관할 수 없는 가운데 일본 시장 내 한국 게임의 성공률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게임은 ‘리니지2 레볼루션’, ‘세븐나이츠’, ‘검은사막 모바일’과 같은 하드코어 RPG부터 ‘디즈니 쯔무쯔무’, ‘Compass’ 등 라이트한 장르까지 다양하다. 

앞서 지난 29일에는 엔씨소프트가 자사의 대표 MMORPG인 ‘리니지M’으로 일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현지 사전예약에서만 150만명이 등록하는 등 반응이 심상찮다. 이후 6월에는 넷마블의 ‘일곱개의 대죄’, ‘요괴워치: 메달워즈’ 등의 출시도 예고돼있다. 각각 사전 가입자만 550만명(한일통합), 200만명(일본)에 달한다. 

그간 일본 게임 시장의 허들은 높은 것으로 유명했다. 내수 시장이 워낙 탄탄한데다 경쟁이 치열하고, 폐쇄적인 탓에 ‘외산 게임의 무덤’이라 불리기도 했다. 실제 그간 적지 않은 국내 게임사들이 청사진을 그리며 진출했다가 번번히 실패의 쓴 맛을 본 바 있다. 그랬던 일본 시장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것. 

일본은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시장 가운데 하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년도 글로벌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게임 시장 규모는 177억1,500만달러로 중국 344억달러, 미국 315억3,500만달러에 이어 세 번째다. 

시장 규모는 세 번째지만 1인당 게임 소비 금액은 가장 많다. 1년에 약 446달러(한화 50만원)다. 중국과 미국이 각각 162달러(18만원), 297달러(33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할 경우 압도적으로 앞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50위권 밖의 게임의 매출은 집계가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지만, 일본에서는 50위만 달성해도 한국 10위 게임의 매출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게임사들이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도 일본에 진출하는 이유다. 

일본 내 한국 게임의 흥행은 일본의 세대 변화와 더불어 게임사들의 현지화 노하우 습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일본 모바일 게임의 주요 연령층은 30대까지의 젊은 층이 약 70%인 젊은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성장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해온 현재의 10대와 유토리 세대를 중심으로 일본 유저들이 다양한 장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 유토리 세대는 1987~1996년 사이에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의성과 자율성을 기르는 여유 있는 교육을 받은 세대다. 

거듭된 실패로 인한 경험은 현지화 노하우 퇴적으로 이어졌다. 다년간에 걸친 지속적인 현지화 시도로 일본 이용자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힌 것. 일본 게임시장은 고유의 특수성으로 한국과는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린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한국 보다 인기를 얻는 장르가 다양하다. RPG 외에도 연애 시뮬레이션 등도 어느정도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한번 상위권에 오른 게임은 특별한 이슈가 생기지 않는 순위 변동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아서다. 당연히 이탈을 막기 위해선 꾸준한 콘텐츠 업데이트, 퀄리티 유지 등 운영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밖에 번역 및 로컬 부분에 있어 단순 번역이 아닌 그들의 원하는 문체, 표현 방식을 적극 요구하기도 한다. 

앞서 2017년 한국 게임 최초로 일본 최고매출 1위를 달성한 ‘리니지2 레볼루션은’ 꼼꼼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를 본 바 있다. 

성우 팬 층이 두텁고 게임 캐릭터 퀄리티를 중시하는 일본 유저들의 성향을 고려해 음성 더빙 작업에 유명 성우를 고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게임 내 소통과 감성 요소를 중시하는 일본 게임 특성을 고려해 게임 가이드 역할을 하는 NPC를 도입하기도 했다. 아이템 획득 시 나타나는 연출 효과를 한국과 달리해 게임에 대한 몰입감과 기대 심리도 높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간 한국 게임산업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이었지만 판호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업계가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그는 “장벽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원빌드 방식의 출시 보다는 철저한 현지화를 통한 새로운 일본형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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