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종규 기자  공든 탑이 무너졌다. 지난해 7월 SK건설이 라오스에서 시공 중인 세피안-세남노이댐이 공정률 92%를 기록하던 중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5억톤 가량의 물이 인근 마을을 덮쳤고, 6,0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SK건설은 재빨리 후속 조치에 나섰다. 안재현 사장은 사고 이튿날 라오스 현지로 출국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긴급구호단을 파견하는 등 총력을 다했다. SK건설은 지난해 댐 붕괴사고의 피해복구와 관련한 비용을 560억원으로 책정하고, 기타충당부채로 손실처리하기도 했다.

복구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사고 책임에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당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SK건설이 지난해부터 주장한 사고의 원인은 ‘이례적인 폭우로 인한 범람’이다. 인재(人災)가 아닌 천재(天災)라는 것.

하지만 라오스 정부의 주장은 달랐다. 지난달 28일 라오스 정부는 독립전문가위원회 등을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댐 기초 지반을 구성하는 토사층에 누수가 발생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실상 SK건설의 부실시공을 원인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SK건설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SK건설은 △과학적, 공학적 근거가 결여된다는 점 △사고 전 댐 하단부에 토사 유출 흔적이 없다는 점 △한국정부조사단과 조사를 수행한 유수 엔니지어링 업체들과의 견해가 다른 점 등을 언급하며 반박했다.

이를 두고 불편한 시선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SK건설이 사고 직후 복구에 최선을 다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전히 이재민들은 라오스 정부와 댐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책임공방이 장기화될 경우 이재민들에 대한 보상은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때문인지 라오스 정부의 발표를 그야말로 ‘조목조목’ 반박한 SK건설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물론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제공자로 밝혀질 경우 막대한 배상과 함께 추락할 해외시장 신뢰도 등을 고려했을 때, SK건설의 반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SK건설의 주장대로 천재(天災)로 인한 사고라면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내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라오스 정부 발표에 반박하는 것을 넘어서 말이다.

내 집 대문이 고장났다면 고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남의 집 대문을 고장내서 그 집이 피해를 봤다면 복구는 물론이거니와 그에 따른 응당한 사과와 원인 규명, 배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 옳다.

이에 5일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링 전략’을 위해 라오스 인근 국가인 베트남을 방문하는 최태원 회장의 얼굴이 스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최 회장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것은 바로 ‘사회적 가치’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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